인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폭력 실태를 조사한다며 교내 전산실에서 단체로 설문을 진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설문 참여율을 높이려는 학교측의 꼼수가 빚어낸 어이없는 일로, 교육부가 진행중인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 자체에 대한 신뢰성까지 의심받고 있다.

인천 남동구의 한 초등학교는 9월 중순께 학교폭력 실태조사 참여율이 저조하자 교내 전산실을 이용해 여러 학급이 단체로 설문을 벌였다.

이 학교 교사인 A씨는 17일 "수차례 가정통신문을 보내도 참여율 60%를 넘기기 힘들다. 참여율 90%이상 되는 학교들은 대부분 전산실을 이용해 이런 방식으로 했다고 보면 된다"며 "교감 선생님이 올해 인천시교육청의 설문조사 참여율 목표는 100%라고 독촉하는데 구경만 하고 있을 교사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인천시교육청 등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은 9월9일부터 이달 18일까지 2013년도 2차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실시중이다.

교육부는 정확한 학교폭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설문조사는 가정에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집에 PC가 없는 학생들은 교내 전산실 등을 이용하도록 했다.

교내 전산실을 이용하더라도 개별 학생의 비밀이 보장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가이드라인을 제시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지켜지지 않은 것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개방된 장소에서의 단체 조사는 정확한 학교 폭력 실태를 파악한다는 조사 취지와도 맞지 않고, 이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매뉴얼을 배포하고 설명회까지 열었는데 우려했던 상황이 빚어졌다"며 난감해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 관계자는 "참여율 80%이상이 돼야 통계로서의 가치가 있다는 판단에서 설문조사 참여를 독려했다"며 "파행이 빚어지고 있다면 극히 일부 학교일 것이다"고 해명했다.

한편, 엉터리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참여율이 높아야 교육부 주관 시·도교육청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있어 성과를 내려는 시교육청의 과욕이 부른 결과라는 지적이다.

2014학년도 시·도교육청 평가 항목에 0.5점(100점 만점)의 학교폭력 실태조사 참여율 항목이 새롭게 추가됐는데, 성적에 따라 시·도교육청에 지급되는 특별교부금이 순위별로 크게는 100억원 가까이 차이가 나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액수라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평가 막바지인 이달 10일과 14일 인천 전체 학교별 참여율 수치를 일선 학교에 공개하며 이같은 과열 경쟁을 더욱 부추겼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정량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시교육청의 압박이 파행적인 실태조사를 부추기고 있다"며 "홍보 차원에서의 평가 지표 반영은 다시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