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등으로 구성된 '세상을 바꾸는 민중의 힘' 회원과 전교조 퇴직교사들이 17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화'에 반대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들은 '법외노조화'에 대해 "노동기본권을 탄압하는 반민주적 공안통치"라며 전교조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연합뉴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합법노조가 된 지 14년 만에 다시 '법외노조'의 길로 접어들게 됐다.

그동안 해직자를 조합원에서 배제하라는 정부의 요구에 저항해 온 전교조는 지난 16일부터 사흘간 시행한 조합원 총투표를 18일 개표한 결과 조합원 다수가 같은 뜻임을 확인했다.

고용노동부가 노조설립 취소를 전제로 해직자를 조합원에서 배제하도록 규정을 시정하고 현재 노조 활동 중인 해직 조합원을 탈퇴시키도록 한 명령을 따라야 하느냐는 질문에 68.59%가 '거부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투표율은 80.96%다.

이번 총투표는 고용부 통보에 대한 전교조의 최종방침을 정하는 절차였던 만큼 전교조는 고용부가 제시한 마감 시한인 오는 23일 법외노조 판정을 받을 것이 확실시된다.

◇23년 역사 전교조, 대전환점 맞아

전교조는 전신인 '민주교육추진 전국교사협의회'가 출범한 지 2년 만인 1989년 5월 28일 창립됐다. 그러나 당시 정부는 교원노조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불법노조'로 여겨졌고, 소속 교사 1천527명이 파면·해직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후 합법화를 위해 수차례 노력한 끝에 전교조는 창립 10년 만인 1999년 7월 1일 조합원 6만2천654명이 가입한 노동조합으로서 노동부에 설립신고를 제출하고 합법적인 노조로 인정받게 됐다.

그러나 정부는 해직자를 조합원으로 인정하는 전교조 규약을 문제 삼아 2010년과 2012년 시정명령을 내린 데 이어 지난 9월 23일 최후통첩을 했고, 전교조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함으로써 오는 23일 14년 만에 합법노조로서의 지위를 박탈당하게 됐다.

현재 전교조 소속 교원은 6만여명이고 이 중 고용부가 문제 삼은 해직 조합원은 9명이다.

법외노조가 된다는 것은 전교조가 존립을 위한 대전환점을 맞게 된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합법노조로서 누려온 모든 혜택이 사라지고, 집행부의 활동에도 제약이 뒤따른다.

교육부는 고용부에서 전교조의 법외노조를 통보하는 내용의 공문을 받게 되면 전교조 전임자를 일선 학교로 복귀하도록 시·도교육청에 요청할 계획이다.

현재 전임자들은 시·도교육감의 휴직 허가를 받아 노조 업무를 보고 있다.

교육부는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확정된 이후에도 노조 전임자들이 학교로 복귀하지 않으면 관련 법에 따라 징계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전교조와의 단체 교섭 협의도 그만둘 계획이다. 교육부는 지난 8월 전교조 측으로부터 교섭요구안이 들어와 본교섭 개시를 위한 실무협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조합원 탈퇴 등 세력약화 전망…교육당국 지원 중단도 부담

법외노조가 확정되면 전교조에서 탈퇴하는 조합원이 6만여명 중 어느 정도나 발생할지가 가장 큰 관심이다.

이번 총투표에서 고용부 명령에 거부하겠다는 조합원이 다수이기는 했지만,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28.09%가 나온 만큼 이들의 행방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만약 이들이 전교조 법외노조화에 부담을 느끼고 탈퇴한다면 조합원 규모가 현재보다 상당수 줄어들고 자연히 세가 약화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전교조 하병수 대변인은 "투표 전 전 조합원이 결과를 수용하고 총의에 따르겠다고 뜻을 모았다"며 "법외노조가 돼도 조합원들이 이탈할 가능성은 없다"고 일축했다.

전교조는 조합원의 총의를 확인한 만큼 법외노조를 막기 위한 막바지 총력투쟁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우선 오는 19일에는 전국 조합원 1만여명이 상경해 서대문구 독립문에서 집중투쟁 집회를 연다. 20일에는 교사선언이나 법적 투쟁 등 앞으로의 계획에 대한 기자회견을 한다.

노조 지위를 박탈당하면 집행정지가처분신청과 행정조치취소소송 등 실질적인 법적대응에 돌입한다. 지난 18일로 예정했다가 보류된 연가투쟁도 다시 추진할 수 있다.

교육당국이 합법노조인 전교조에 지원해온 각종 혜택이 중단되는 것은 현실적인 어려움이다.

교육부는 2000년에 지원했던 영등포구 노조 본부 사무실의 임대 보증금 6억원을 회수할 방침이다.

각 시·도 교육청이 전교조가 추진하는 교육사업에 보내온 지원금 역시 중단된다.

이미 서울시교육청은 전교조가 추진하는 학생·청소년 사업과 교육활동개선 현장실천사업을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 6천만원 지급을 법외노조 여부가 결정되는 오는 23일까지 보류했다. 서울교육청은 전교조가 법외노조가 될 경우 지원금을 아예 중단하기로 했다.

다만, 교육청의 지원은 교육감 재량이기 때문에 진보교육감이 이끄는 경기·전북교육청은 전교조에 계속 지원금을 지급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를 교육부가 반대할 경우 시·도교육청과 갈등을 일으킬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