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후 수원시내 인적이 뜸한 주택가에서 한 여성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 속에 귀가하고 있다. /하태황기자
가로등·보안등 LED 교체
1년 넘도록 사업 '지지부진'
세류·지동 주민 불안 커져
市 "예산없어 힘들다" 해명


지난해 4월 온 국민을 경악하게 만든 '오원춘 사건' 이후 수원시에서는 '시민안전 종합대책'을 수립했다.

시민들을 범죄에 대한 불안감에서 해방, 마음놓고 살 수 있는 안전한 마을을 만들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시의 안전 대책이 추진된 지 1년도 더 지났지만 각종 계획이 축소되거나 무산되는 등 표류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시민안전 종합대책' 관련 정책들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과 '안전한 도시' 조성에 대해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20일 오후 10시께 수원시 팔달구 지동의 한 주택가. 땅거미 진 동네 곳곳은 이미 암흑으로 변해 을씨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인적이 드문 골목길을 따라 듬성듬성 서 있는 보안등이 그나마 어둠 속에 작은 빛줄기를 내리고 있었다.

상점들은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로, 골목길을 따라 귀가하던 주민들은 누군가에게 쫓기는 듯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곳 주민 안모(32·여)씨는 "오원춘 사건 이후 밤에는 집밖으로 잘 나가지 않는다"며 "동네가 어두워 아이들과 여자는 물론 남자들도 혼자 다니기 무서워한다"고 털어놨다.

시에서는 이같은 주민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시민안전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지난해 8월, 시내 가로등과 보안등을 LED로 교체하는 'sun shine 프로젝트'를 추진키로 했다.

하지만 'sun shine 프로젝트'가 추진된 지 1년도 더 지났지만 시내 곳곳의 가로등과 보안등은 여전히 노랑빛 나트륨등이다.

계획대로라면 시내 가로등과 보안등의 43%인 1만3천83개(가로등 9천25개·보안등 4천58개)가 올해말까지 LED조명으로 교체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도로를 비추는 가로등의 경우 760개만 교체됐을 뿐이고, 주택가와 골목길 등 인적이 뜸한 곳을 밝혀야할 보안등은 고작 1천666개만 LED로 바뀌었다. 예산 또한 당초 250여억원이 투입될 예정이었으나 실제로는 지난 2년간 40여억원이 배정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범죄에 취약한 지역조차 일몰과 함께 칠흑같은 어둠이 내려앉아 주민들의 불안감이 커져가고 있다.

지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박모(54·여)씨는 "오원춘 사건 후 보안등을 교체하고 CCTV를 늘려준다고 들었다"며 "사업 추진 여부는 모르겠으나 동네에 설치된 보안등이 늘어났거나, 밝아졌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주거환경정비 사업이 한창인 세류동도 상황은 마찬가지. LED조명이 거의 설치돼 있지 않아 시의 대책발표를 무색케 하고 있었다.

세류동에 사는 이모(62·여)씨는 "밤 10시만 되면 동네가 암흑이 된다"며 "공사 때문에 그나마 있던 전신주 가로등도 뽑히는 판국"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일반등과 LED의 가격차이가 큰데다가 예산이 없다"며 "보안등에 설치할 LED는 아직 개발 초기단계라서 전면적인 교체를 결정할 수도 없다"고 해명했다.

/신선미·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