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의종 정치부 차장
박근혜 정부에 대한 첫 국정감사가 8일째 계속되고 있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고 견제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래서 여야 정당은 국정감사기간이면 '민생국감' '정책국감'을 얘기하면서 행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번 국감을 지켜보면서 정치권은 역시 국정감사를 국민을 위한다고 하면서도 뒤에서는 자신들의 입지를 세우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는게 아닌가 다시 한 번 인식하게 한다. 국감 첫 날부터 일부 상임위에서 민생과 정책국감과 관계없는 증인 채택 범위를 놓고 줄다리기를 벌인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 여야는 이번 국감에서도 어김없이 피감기관을 대폭 늘려 무려 628곳이나 선정하기에 이르렀다.

20일간 열리는 국정감사 일정으로 고려할 때 628곳의 감사대상 기관을 감사한다는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국정원 개혁에다, 검찰 개혁, 기초연금제도, 경제민주화 공약 후퇴,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실종, 4대강 문제 등 폭발성 강한 쟁점들이 즐비하다. 더군다나 지난 21일 서울고검 감사장에서는 검찰 간부들이 국민 앞에서 '국정원 댓글의혹 사건'의 추가 기소 문제를 놓고 진실게임을 하면서 낯 뜨거운 설전까지 펼치며 국정원의 대선 개입 논란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부상했다. 여기에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대선 공약에 대한 이행률 점검도 핵심과제일 터.

그러나 국정감사장 주변에 가보면 과거의 관행들이 되풀이되면서 누구를 위한 국감인지 눈과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과거처럼 의원들의 물량 공세 자료 요청과 피감기관의 면피성 자료 제출로 싸움박질하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고, 증인과 참고인을 무더기로 앉혀놓고 마치 '길들이기식' 분위기를 연출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감에 임하는 의원들의 고압적인 자세도 달라진게 없어 보인다. 너도나도 국감 스타를 의식, 폭발성있는 질의를 하다 보니, 중복 질문이 넘쳐나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부족해 제대로 된 국감을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 쟁점별로 팀플레이를 하면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지만 저마다 '가미카제 독고타이식'(신풍특공대)으로 국감에 임하다 보니 호통 질의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다.

국감은 모름지기 입법부와 행정부 시각이 아닌 정치 수요자인 일반 국민의 시각에서 추진해야 하는 것. 그러나 자신의 주장과 다르면 호통치고, 윽박지르는 감사를 계속하는한 정책감사는 요원할 것이고, 지금처럼 개인의 존재감 알리기, 정치적 이득 챙기기라면 국감무용론이 또다시 나오지 말라는 법이 없다. 여야는 국정감사에 대한 생각과 자세를 고쳐 진정 국민이 원하는게 무엇인지 의식하며 민생으로 승부를 걸어야 할 것이다.

/정의종 정치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