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회사채·기업어음 돌려막기
개인투자자 속이고 피해키운 사태
금융당국 알고도 미온대응
마지막까지 CP발행 도덕 해이는
쉽게 용서 받아선 안돼
신자유주의 윤리적책임 수행해야


동양그룹 계열사들이 잇따라 법정관리를 신청하고, 동양그룹 계열사에 투자한 5만여명 금융소비자들의 피해규모가 2조원에 육박한다는 보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동양증권이 동양그룹 투자에 대한 위험도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개인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는 '불완전판매' 의혹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을 포함한 예금보험공사 등이 동양사태를 예견하고도 방치했다는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동양그룹이 지난 몇 년간 자금난을 기업어음으로 돌려막기 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피해 규모를 키우는 동안에도 감독당국은 강제력 없는 조치만을 취해 미온적으로 대처해 왔다는 사실에서 '총체적 부실'의 의미를 절감하게 된다. 재계 순위 38위, 한때 국내 5대 그룹 안에 들던 60년 역사를 자랑하는 동양그룹의 사태를 보면서 기업의 정당한 부의 축적과 도덕적 부의 행사에 대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경영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란 사회가 기업에 대해 요구하는 경제적, 법적, 윤리적 및 재량적 기대를 포함하는 개념으로 시장 내에서 기업이 차지하는 큰 영향력 또는 힘에 대한 책임부분이라고 간략하게 규정할 수 있다. 오늘날 기업은 생산 활동을 통해 사회의 소비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유효수요를 창출하여 이윤의 극대화 및 주주이익의 확대 등 가장 기초적인 단계인 '경제적 책임'을 완수해야 하며, 회계의 투명성, 공정거래준수 등 기업의 경제활동이 사회가 규정해 놓은 법적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법적 책임', 사회구성의 한 주체로서 사회가 공통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가치, 규범, 기대 등에 부합하는 행동을 해야 할 '윤리적 책임', 기업 자체의 판단과 선택은 자주성과 인본주의를 바탕으로 기업이 지역사회 공헌과 같은 자발적인 영역의 책임을 담당해야 한다는 '재량적 책임'으로 구분하여 수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는 시장이 계속적으로 변화하며, 다양한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고, 기업은 그러한 시장의 변화를 간과할 수 없는 필연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을 둘러싸고 있는 시장 환경이 변화되면 기업은 스스로 활동이나 조건을 변화된 환경에 맞게 바꾸고 개선하게 된다.

자유방임의 시대에는 이윤극대화를 이루는 것이 사회적 요구였기 때문에 기업이 담당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책임영역도 경제적 부분에만 국한되었으나, 수정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를 거치면서 기업의 사적 이익 극대화가 반드시 사회적 요구와 일치하지 않음을 체험하는 과정에서 법적 책임과 기업이 중심이 된 기부 및 나눔의 형태로 윤리적 책임이 수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기업의 이해관계자인 주주, 내·외부 고객, 지역사회 등의 필요를 사회적 요구와 공정하게 조화시키는 것이 강조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일종의 혼합경제의 특징을 보이는 자본주의 4.0시대에는 윤리경영을 기반으로 일방적 형식의 소통인 단순한 나눔과 기부가 아닌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상생을 담보해낼 수 있는 쌍방향의 소통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는 기업이라는 유기체가 가지는 힘이나 영향력 때문에 사회적 책임은 자연적으로 발생하게 되었으며, 사적 이익추구만이 아니라 시대와 사회가 요구하는 각종 사회적 이슈들을 해결하는 데 기업이 주도적으로 참여해야 한다는 요구가 증가하였음을 의미한다고 하겠다.

요즘 기업들은 기존의 시장체제가 야기할 수밖에 없었던 각종 부작용들을 적극적으로 해결하고 자본주의의 순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자발적이고 재량적인 책임 활동 영역들을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장 상황에도 아랑곳없이 계열사의 부실 채권 판매가 금지되는 마지막 시한까지 CP를 발행한 동양그룹의 심각한 도덕적 해이는 쉽게 용서받아서는 안 되며, 동양그룹 사태가 무책임한 돌려막기식 자금조달의 피해를 고스란히 힘없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전가시켜 또다시 기업은 망해도 총수 일가는 살아남는다는 전례를 확인하는 사례로 기억되지 않길 바란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