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 안전의 길잡이 역할을 하는 안내자는 누구일까. 요즘 안전사고들을 보면 1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비슷한 사고들이 반복된다. 물론 처벌이 능사는 아니지만 선진국의 '기업 살인법'같은 강력한 처벌조항을 만들어 엄격히 법 적용을 했더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몇 년 전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했던 경기 이천의 냉동창고 화재 당시 무려 40여명의 근로자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사고의 책임자는 어떤 벌을 받았을까? 아마 2천만원가량의 벌금형이 고작인 걸로 안다.
근로자들의 안전관리에 들어가는 기업의 비용은 실로 엄청나다. 이렇다보니 어떤 기업이 안전관리에 비용을 투자하겠는가. 처벌 수위가 약하니 이런 일들이 반복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사회의 안전불감증도 치료하는 법을 달리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안전에도 길이 있고, 맥이 있고, 결이 있다. 산업현장에서 발생하는 산업재해에도 사고 발생 법칙이 있다. '하인리히 법칙'에 의하면 어떤 큰 사고가 나기까지에는 1:29:300이라는 규칙성을 기반으로 사고가 발생한다. 한 건의 중대사고가 나기까지는 29번의 경미한 사고가 발생한다. 안전관리의 핵심은 300번의 '아차 실수(near miss)'를 관리하는 데 있다. 일상생활에서 아차하는 사고로 이어지는 실수는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특히 사업장에서 안전을 관리하는 책임자는 이것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오래 전 일본 오사카에 있는 제철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위험한 공정이 많은 제철소에서 무재해운동을 하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근로자들이 겪었던 근무 환경 중 안전을 해치는 위험요인 사례를 수시로 제보받고, 중요한 내용을 제보한 근로자에게는 해외여행 등의 포상을 내렸다. 우리 현장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요소들을 근로자 스스로 찾아내게 한 뒤, 관리자들이 그것을 파악하고 분석해 예방책을 만들어내는 것. 그리 어렵지만은 않아 보이는 이것이 바로 안전의 맥을 짚는 일이다.
/문용호 안전보건공단 경기남부지도원 교육문화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