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했던 오승환(31·삼성)이 불펜에서 몸을 풀었다.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의 프로야구 한국시리즈(KS·7전 4승제) 3차전이 열린 27일 서울 잠실구장.

삼성이 3-2로 앞선 8회 차우찬이 팀의 세 번째 투수로 올라가 역투를 펼쳤다.

더그아웃에 앉아 있던 오승환은 투아웃 이후 불펜에서 열심히 볼을 던지던 사이드암 심창민 옆으로 가 캐치볼을 시작했다.

차우찬이 시속 149㎞짜리 직구로 김현수를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삼자범퇴로 이닝을 막자 심창민은 슬그머니 오승환에게 자리를 양보하고 벤치로 들어갔다.

이날 세이브는 오승환의 것이라는 사실을 누구나 알 수 있었다.

25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KS 2차전에서 1-1로 팽팽히 맞선 연장 13회 오재일에게 결승 솔로포를 맞고 패전 투수로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온 오승환은 불사조처럼 이틀 만에 다시 마운드에 섰다.

찬바람을 맞아가며 4이닝 동안 무려 53개나 던진 뒤였으나 '무슨 일 있었느냐'는듯 특유의 무덤덤한 표정으로 불펜을 박차고 9회 마운드로 향했다.

첫 타자 최준석을 맞아 시속 151㎞짜리 돌직구를 바깥쪽 스트라이크 존에 꽂은 오승환은 풀 카운트에서 이날 가장 빠른 152㎞짜리 직구를 던져 2루 땅볼을 잡아내며 산뜻하게 출발했다.

이어 7회 장원삼에게서 좌월 솔로 아치를 그린 홍성흔과 양의지를 각각 바깥쪽으로 빠져나가는 시속 143∼144㎞짜리 슬라이더로 연속 삼진으로 요리하고 승리를 지켰다.



2005년 프로 데뷔 이래 포스트시즌에서 거둔 통산 11번째 세이브이자 한국시리즈 통산 9번째 세이브다.

오승환은 이날 세이브로 구대성(호주 시드니 블루삭스)을 밀어내고 포스트시즌 통산 세이브 1위로 올라섰다.

안지만, 차우찬, 심창민 등 오승환의 뒤를 이을 팀에 잠재 후보가 많지만 여전히 구위나 배짱에서는 오승환을 따라올 선수가 없다.

오승환이 이날 던진 공은 17개. 직구보다는 날카로운 슬라이더를 앞세워 두산 타선의 허를 찌를 정도로 여유가 넘쳤다.

하루 만에 '끝판대장'의 위상을 되찾은 오승환이 괴력을 발휘해 팀의 승리를 계속 지켜갈지 주목된다.

오승환은 "오늘 당연히 등판한다고 생각했다"며 "하루 쉰 덕분에 (컨디션은) 괜찮다"고 소감을 말했다.

그는 "2차전에서 잘 던졌다고 하나 패전 투수가 됐기 때문에 빨리 잊으려고 했다"며 "실투 1개로 홈런을 맞아 패전 투수가 된 만큼 실투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달았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후 구단의 허락을 받아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8년차 자유계약선수(FA·국내 타구단 이적은 언제든 가능) 자격을 얻는 오승환은 "한국시리즈만 생각하고 있다"며 거취는 시리즈가 끝난 뒤 답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