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율 높이기에 급급한 엉터리 학교폭력 실태조사(경인일보 10월 18·21일자 23면 보도)가 인천뿐 아니라 서울·경기 등 수도권 전역에서 파행적으로 진행된 사실이 드러났다.

수업중 교내 전산실을 이용, 비밀보장이 어려운 단체 설문조사를 진행하거나 학생의 주민번호까지 도용하는 등의 사례가 교원단체 등을 통해 보고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경기지부는 최근 경기도내 학교 3~4곳에서 이 같은 민원을 접수하고 도교육청에 문제를 제기했다.

전교조 경기지부 관계자는 28일 "비교적 참여율 높이기 압박이 덜한 경기도에서조차도 파행적인 실태조사가 보고되고 있어 도교육청에 재발 방지책을 요구했다"며 "교육지원청의 일부 장학사들의 욕심이 이 같은 결과를 빚은 것으로 추측한다"고 말했다.

서울에선 교감이 교사들에게 설문조사 시스템에 학생 주민등록 번호를 입력, 실태조사 참여여부 확인을 지시하는 등의 경우가 확인되기도 했다.

일선 학교 관리자들은 교육당국의 과도한 참여율 높이기 압박에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인천의 한 중학교 교감 A씨는 "교육지원청 장학사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자주 전화 독촉을 했다. 참여율 90%를 넘긴 학교들은 대부분 취지와 어긋나는 조사 방식을 택했을 것"이라며 "차라리 온라인 조사 방식보다는 설문지를 배포하고 우편으로 회수하는 지난해 1차 조사 방식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학생들도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인천의 한 중학생 A(16)군은 "체육수업 시간을 통째로 전산실에서 실태조사를 하며 보냈다. 반 친구들은 빨리 설문조사 끝내고 게임이나 하자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교폭력 실태조사 참여율을 시도교육청 평가 지표에 반영했지만 각 지원청이나 학교평가 지표로 활용할 의무는 없다"며 "문제가 지속적으로 보고되는 만큼 상황을 정확히 파악해 지표 반영이 적절했는지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김성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