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런 국회 모습은 분명 태업이다. '태업'의 '怠'는 '게으를 태'자로 일을 태만, 소홀히 하고 게으름을 피우는 게 태업이고 프랑스 말로 '사보타지(sabotage)'다. 이 말은 원래 '나막신 만들기'고 만들긴 만들되 게을러빠져 아무렇게나 만든다는 뜻이다. 아무튼 그런 사람을 영어로는 '새버터(saboteur)'라고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새버터 집단은 바로 국회다. 태업이라기보다는 파업(罷業)이다. 업무를 중단하는 게 파업이다. 하긴 인사 청문회에서 호통치고 국정감사랍시고 바쁜 기업인들이나 무더기로 불러 또다시 호통치고 증인 47명은 질문 한 마디 못 받아 그냥 돌아가게 만든 희한하고 괴상한 업무라도 치렀으니 파업은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서민 생계와 일자리가 걸린 시급한 민생법안 처리 등을 외면한 채 손 놓고 있는 건 분명 파업이다.

기업의 태업, 새버터는 견책 감봉 아니면 심할 경우 해직 파면 감이다. 국회의원 태업과 파업에도 과태료 아니면 무 노동 무 임금으로 세비는 안 주는 게 맞고 지당하다. '공작정치' 운운은 야당의 상투어지만 중국에선 모든 업무가 공작(工作:꿍쭈어)이다. 태업은 '태공(怠工:따이꿍)', 파업은 '파공(罷工:빠꿍)'이라 하지만 국회 격인 전인대(全人代) 소집 불응 등 파업은 상상도 못한다. 청문회와 국감장에서 호통 치며 목청 가다듬는 연습 말고는, 그리고 1년이 다 가도록 '댓글 별곡(別曲)'이나 읊어대는 것 말고는 한 일이 없는 국회의원을 수수방관만 해야 하는 것인가. 게다가 박 정권을 북한 세습체제에 비유한 야당 의원까지 있다고 했다. 그건 박 정권을 창출한 유권자들이 곤장이라도 쳐야 할 지독한 국가 체제 모독이고 망발이 아닐 수 없다.

국가 발전과 경쟁력에 사실상, 실질적인 걸림돌인 국회, 그건 안 된다. 국회가 기능을 상실하면 3권 정립(鼎立)은 발 하나가 부러져 땅바닥으로 기울 수밖에 없다. '국회후진화법'이 아닌 선진화법으로 여야 합의가 아니면 한 치 앞도 못 나가는 식물국회라면 야당도 실질적인 구실과 권한은 여당이나 다름없다. 야당이 이 점 자각한다면 국회의원의 본분인 입법 처리 등 할 일은 하면서 정권을 비판하든 매도하든 해야 할 게 아닌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