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종구 서정대학교 초빙교수
"정부는 국정원 댓글을 포함한 일련의 의혹에 대해 실체와 원인을 정확히 밝힐 것입니다.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결코 주저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10월 28일 정홍원 국무총리가 첫 대국민 담화를 통해 위와 같이 천명하며 정치권에 믿고 기다려달라는 호소를 했다. 이는 총리 단독의 의지가 아닌 대통령의 단호한 태도가 반영된 담화라는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진실규명 시까지 정치적 악용 자제를 당부한 총리 담화에도 불구하고, 요즘 정치권의 현실은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혼외 아들설에 대한 실체적 진실 규명은 뒤로 미룬 채, 국정원 댓글 당사자들을 기소한데 대한 보복이라는 음모설을 주장하는가하면, 윤석열 특별수사팀장(현 수원지검 여주지청장)의 법 절차 위반 및 위계질서 무시 사태, 즉 검란(檢亂)에 대해서도 동일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일부 정치인들의 음모론 제기는 자칫 국민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줄 수도 있어 이에 대해 평소 느꼈던 보통사람의 심경을 피력해 보고자 한다. 첫째, 채동욱 전 검찰총장의 음모론은 타당성을 갖지 못한다. 채 총장의 도덕적 흠결은 혼외아들설이 핵심이다. 한 점 부끄럼 없이 떳떳했다면 자신에 대해 거짓된 사실을 유포하는 자를 명예훼손 등의 이유로 수사했으면 될 일이다. 다시 말하자면 형법으로 처리해 버렸으면 명확히 규명될 일을, 음모론으로 연관시켜 결백을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둘째는 윤석열 팀장 등 특별수사팀과 관련된 문제다. 법을 집행하는 검찰은 반드시 법에 의해야 한다. 그런데 댓글 의혹이 있다고 해서 법 절차를 무시하고 국정원 요원을 긴급체포하는 우를 범했다. '특별수사팀'은 긴급하다고 판단되기만 하면 법을 무시해도 된다는 말인가. 이는 법치주의의 근간을 무너뜨리는 일이다. 이러한 법 절차 무시와 상부 보고 누락 때문에 특별수사팀이 교체된 것을 수사축소 운운하며 음모론을 거론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한편 국정원에서는 검찰 특별수사팀의 공소장 증거에 대해 반박했다. 신문 사설과 칼럼을 캡처해서 웹사이트에 그대로 올린 것을 마치 국정원 요원들이 직접 작성한 댓글인 것처럼 과장해서 발표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사설 및 칼럼의 내용을 문재인 후보 반대 게시글로 분류하고 댓글 범죄일람표에 올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신문 사설과 칼럼도 모두 문재인 후보 반대 글로 분류될 수 있다는 얘기인데…. 검찰의 공소장 증거가 과연 재판에서 유죄의 증거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이제는 국정원 댓글 소리만 들어도 지긋지긋하다. 정치권에서는 총리의 대국민 담화도 있었던 만큼 댓글사건의 진실규명을 새롭게 출발한 검찰 특별수사팀에 맡기고 민생에 치중해야 한다. 민생법안이 줄줄이 계류 중인데도 1년 가까이 댓글사건에만 매달려서야 되겠는가. 일본의 독도 침탈이 지속되고 있고, 북한의 추가 핵실험 징후까지 보이는 데도 오로지 댓글에만 매달리는 국회를 국민들이 어떤 눈으로 바라볼지….

/진종구 서정대학교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