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 불편·악취까지 심해
사설업체 잦은 이권다툼도
법 규정없어 철거에 어려움
주택가나 도로 곳곳에 불법 의류 수거함이 마구 설치되면서 도시 미관을 해치고, 쓰레기 투기장으로 변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지역에서는 의류수거함을 놓고 이권 다툼까지 빚어지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31일 오후 1시께 인천시 부평구 부개동의 주택가 이면도로. 100m도 채 되지 않는 구간에 서로 다른 색깔의 의류수거함 9개가 줄지어 서있다.
차량통행이 빈번한 너비 7m내외의 좁은 도로에 50㎝가량 도로 쪽으로 툭 튀어나온 의류수거함이 밀집해 설치돼 있다 보니 시민들의 통행에도 불편함이 가중되고 있다.
부평구에 사는 권모(40·여)씨는 "수거함이 여기저기 설치되고 관리도 되지 않고 있어 옷뿐 아니라 쓰레기가 가득하다"며 "통행에 불편을 줄뿐 아니라 악취도 심하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의류 수거함은 버려지는 옷가지들의 재활용을 위해 10여년 전부터 설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3~4년 전부터 헌옷 가격이 ㎏당 500~600원으로 고철(㎏당 350~400원)보다 비싸게 거래되면서,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설업체들이 주택가 골목에 의류수거함을 무분별하게 설치하면서 과당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자신들의 의류수거함을 설치하기 위해 관할 구청에 민원을 제기해 경쟁업체의 의류수거함을 철거시키는 일까지 빚어지고 있다.
일선 지자체 담당자들은 "1주일에 접수되는 의류수거함 관련 민원이 5~6건 되는데 이 중 3분의 1 정도는 각 단체들의 이익(의류수거함 설치)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인천시에 있는 의류수거함은 1만1천여개. 최근 인천시와 각 구·군이 실태조사를 벌인 결과 사유지인 아파트단지내에 설치돼 있는 의류수거함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관할구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시설물인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단속할 만한 뚜렷한 법적 근거가 없어 지자체들은 골머리를 썩고 있다. 또한 의류 재활용이라는 순기능 때문에 무작정 철거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의류수거함은 주민 생활의 일부분이 됐고, (철거할 수 있는)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막무가내로 철거하기에는 역 민원이 우려된다"며 "시 차원에서 허가제를 도입해 의류수거함을 총체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관계자는 "시 차원에서 군·구별로 표준 규격을 만들어 세부 운영기준을 만들고 있다"며 "통합된 기준으로 의류수거함이 운영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