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
새들은 좌우날개로 잘 나는데
왜 여야는 제쪽만 옳다거나
잘됐다는 식의 논법으로
서로 물어뜯지 못해 안달인가?
균형 맞추며 비행하는 철새처럼
한국정치도 지혜로웠으면…


이제 겨울새들의 계절이다. 수만 ㎞를 지치지 않고 날아오는 두루미나 청둥오리 떼가 반갑다. 그 가냘픈 몸으로 무리가 우두머리를 앞세워 기류를 제 것으로 만들어 오는 저것들이 대견하다. 서로 협동하는 무리들을 생각하면 우리가 티격태격 사는 모양새가 부끄럽기까지 하다. 새들이 보면, 우리한테 한수 가르쳐주고 싶지 않을까.

특히나 국정원 댓글사건으로 날을 지새우는 정치권을 보면 새들이 뭐라 할까? 공무원 개인의 정치개입 사건으로 끝나야 할지, 행정체계의 조직적 정치개입으로 보아야 할지. 이것을 두고 정국이 좀처럼 풀리질 않는다. 야당이 연일 공세수위를 높여가자, 여당은 대선불복이고 민주주의 근간을 흔든다 한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사건에 대해 책임자를 찾아 처벌해달라고 하는 것이 야당의 입장이다. 야당이 지난 대선패배를 자신의 잘못에서 찾기보다, 외부에서 찾는 것이 꼴사납기는 하지만, 이에 대한 청와대와 여당의 대응도 군색하기는 피차일반이다. 기류라는 현실적 조건에 맞추어 좌측 행렬이 늘어났다가 우측행렬이 늘어났다가를 반복하는 철새 떼를 보면, 현실의 정치리더십이 아쉬워 보인다. 우두머리새가 이끄는 모습도 부럽고, 그를 따르는 철새들도 부럽다.

우주에서 보면, 철새 떼의 무리에 비유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정치행정체제도 대통령이 나서서 좀 실타래를 풀어야 할 것이다. 대통령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해외외교에 나서기 전에 국내정치의 갈등해법을 찾고 나서기를 바란 것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계속되는 정쟁에 지겨워지고 먹고사는 일이 급해진 탓이다. 그래서 유럽순방 직전에 국정원 의혹 철저 조사 후 문책하겠다는 의지표명을 한 것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청와대 회의에서 전공노와 전교조의 선거개입이 더 문제라고 맞받아친 것은 과연 시의적절했나 하는 의심이 간다. 장군멍군하는 식으로 이쪽도 잘못했으나, 저쪽의 잘못이 더 크다는 식으로 핑퐁게임을 유발할 필요가 있었는가 하는 것이다. 화성과 포항의 재보궐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보수당의 입장에서 보면 쾌재를 부를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국민의 시각에선 대선이 끝난 지, 이제 달포만 있으면 1년이 지나는 정부에서 여전히 좌우 진영 간의 극한대립이 심해질까 걱정이다. 새들을 바라보면 분명히 좌우날개로 가는데 왜 우리는 좌우가 서로 물어뜯지 못해 안달인가? 오른쪽이 힘찬 날갯짓을 할 차례가 되었으니, 좀 맡겨두면 안될까? 왼쪽이 날갯짓을 해야 할 때가 올 텐데 그때를 위해 힘을 비축하고, 순서를 기다리는 패자의 미학이 야당에는 없는가? 오른쪽 대열이 왼쪽 대열을 포용하여 좀 느긋하게 대하면 안 되는가? 이런 것을 기대하는 국민으로서는 제 쪽만 옳다거나 잘됐다는 식의 논법이 영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극한 좌우대립이 결국 분단에 이르게 하고, 전쟁을 겪고 전쟁의 위험을 안고 사는 국가로서는 새가 좌우날개로 날아야 한다는 사실만큼 분명한 교훈은 없다. 자본주의 몰락을 예측했던 자본론을 틀리게 한 것은 그것을 무시했기 때문이 아니라, 수정할 기회로 삼았기 때문임을 우리는 안다. 이제는 좌우 진영의 꼭두각시로 살아갈 필요가 없는 주권국가이니 더더욱 좌우편향에서 벗어날 시점이다. 학교 무상급식을 서로 못해 안달인 것도 정책수단인 재정을 살필 일이지 좌우 이데올리기 탓이 아니다. 중국도 덩샤오핑의 흑묘백묘론으로 이데올리기 편향을 극복한 마당에, 우리가 좌우편향에서 벗어나지 못할 일이 없다. 철새들이 만나게 되는 기류의 형태를 파악하여 목적지를 날아가듯이 현재를 파악하여 좌우균형을 잡아가면 그만이다. 그것이 국민이 바라는 바이다. 정치권으로서는 균형을 잡아간다는 말이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오해만 하기에는 아까운 지적재산의 하나인 이영희의 '새는 좌우날개로 난다'라는 책의 서문을 한번 되새겨보자. "균형은 새의 두 날개처럼 좌와 우의 날개가 같은 기능을 다할 때의 상태이다. 그것은 자연의 법칙에 맞고, 인간 사유의 가장 건전한 상태이다." 한국의 정치가 좌우날개로 균형을 잡아가는 철새처럼 지혜롭길 바란다.

/허훈 대진대 행정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