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동, 정자지구등 수원시 남서부권의 신개발지에 새로 입주한 주민들은 '속았다"는 기분을 감추지 않는다. 교통, 주거환경등 모든 것이 최적의 조건이라는 입주 당시의 선전과는 달리 은행, 약국등 생활편의시설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대중교통 노선마저 부족하다. 여기에 비행기 소음까지 시달리는 최악의 주거여건속에 내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6일 오전 수원시 권선구 탑동지구 우방아파트. 458세대가 살고 있지만 단지옆의 상가건물에는 슈퍼와 정육점, 피아노학원, 세탁소, 부동산 사무소뿐이다. 은행을 가기 위해서는 구운동사무소 옆 축협까지 30~40분을 걸어야 하고 병원이나 약국을 가기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시내버스는 2개 노선이 있지만 승용차로 10분 거리인 수원역까지 가는데 30분 이상이 걸린다. 빙빙 돌기 때문이다. 그나마 1개 노선은 40분에 한대씩 배차되고 있고 나머지 노선은 아예 배차간격조차 들쭉날쭉해 이용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특히 30분마다 아파트단지 상공을 직진코스로 날아다니는 전투기 소음은 주민들의 신경을 극도로 날카롭게 만들었다.
지난해 입주한 김영희(34)씨는 “교통과 환경이 최적의 조건이라고 해 이사를 왔는데 상황은 전혀 딴판”이라며 “비행기 소음으로 아이들의 정서가 불안해지고 있고 교통여건 등이 열악하다 보니 아파트 가격도 분양가보다 1천여만원이나 떨어졌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김씨는 감기에 걸린 4살배기 딸의 해열제를 사기위해 차를 몰고 금곡동까지 나가고 있었다.
수원시 장안구 정자2지구 LG아파트 665세대 주민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5월 입주를 시작한 주민들은 걸어서는 은행이나 약국을 갈 수 없고 버스노선도 영통방면으로만 한정돼 있는등 너무나 열악한 주거여건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탑동과 정자 2지구에는 앞으로 1만여세대가 더 입주할 예정이지만 주거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주민들의 시에대한 배신감은 계속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