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
내마음의 주인이
내게 있느냐 타인에게 있느냐가
인생을 결정한다
자존심 버리고 자존감을 키울때
내마음의 진정한 주인은
비로소 내가 되는것이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글자 하나 차이지만 의미는 완전히 다르다. 본질적으로 보면 판단기준의 문제이다. 내 마음의 주인이 '나'냐, '타인'이냐의 문제이다.

자, 이 둘의 관계를 풀어보자. 자존심은 남에게 굽히지 않고 자신의 품위를 지키려는 마음이다. 자존심은 남이 세워주는 것으로 상대에게 존중 받고자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상대에게 무시당하면 자존심이 상한다고 생각한다. 자존감은 자기를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이다. 자존감은 내가 세우는 것으로 자신에게 존중 받고자 하는 마음이다. 그래서 자신에게 실망하면 자존감이 손상된다고 느낀다. 결국 자존심은 외부 평가나 비교에 민감한 관점이고, 자존감은 외부평가는 아무런 상관없이 내가 나를 어떻게 보느냐의 관점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자존심 때문에 패망한 인물도 많고, 자존감 때문에 성공한 인물도 많다.

우리가 모두 알고 있는 두 인물을 분석해보자. 항우는 진나라를 멸망시킨 인물로 8년 동안 70여 차례의 싸움에서 단 한 차례도 패한 적이 없는 그야말로 무적의 전사였다. 팽성전투에서는 고작 5만 명의 군사로 11배에 달하는 56만의 유방군사를 무찌른 천하무적이었다. 그러나 항우는 의심 때문에 자신보다 똑똑한 사람은 부하로 등용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죽이기까지 했다. 그렇게 대단했던 항우가 유방과 한신의 군대에 포위당해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다. 사방에서 초나라 노래가 들려오자 항우가 실성한 사람처럼 얘기했다. "큰일 났군, 큰일 났어. 유방이 초나라를 점령한 모양이군.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많은 초나라 사람이 한나라 군영에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사면초가라는 말은 이때 나온 말이다.

그 많던 병사들이 죽고 항우의 곁에는 20여명의 병사들만 남아있을 때 부하인 정장이 강 기슭에 배를 댄 후 속히 배에 오르라고 항우를 재촉하면서 말한다. "강동은 비록 작지만 1천여 리가 넘는 땅이 있고 수십만이 되는 인구가 있습니다. 강을 건너 강동에 이르면 다시 왕위에 오르실 수 있습니다." 항우는 강동의 고향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다는 이유로 배에 오르기를 거절하고, 울면서 당대 최고의 미인인 우희를 죽이고 스스로 목을 베어 자결을 한다. 항우의 나이 31살이었다. 고향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다는 것은 '자존심이 상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항우가 그 배에 오르고 후일을 도모했더라면 중국의 역사는 바뀔 수도 있었을 텐데 항우는 자존심 때문에 자결을 한다.

항우를 죽게 만든 한신은 어렸을 때 끼니조차 이을 수 없는 형편으로 밥을 얻어먹고 사는 거렁뱅이로 무능력한 인물로 취급되었다. 한신은 큰 키에 항상 큰 칼을 차고 다녔는데, 이를 못마땅하게 본 불량배들이 한신에게 한판 붙자고 시비를 걸더란다. 아무리 시비를 걸어도 대응하지 않자, "네가 진정 사내대장부라면, 나를 죽이든가 아니면 내 가랑이 사이로 개처럼 기어가라." "그래, 너를 베지는 않겠다. 너를 죽이려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지만 내가 너를 베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으니 너를 베지 않고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겠다."

그때부터 한신은 거렁뱅이에다가 불량배들의 가랑이 사이로 기어간 겁쟁이로 비웃음의 대상이 되었다. 한신도 초기에는 항우의 수하였으나 미천한 신분 때문에 중용되지 못했고 나중에는 유방에게 몸을 의탁했다. 결국 한신은 유방을 도와서 천하를 통일하였고, 초나라 왕으로 금의환향하면서 당시의 그 불량배를 불렀다. "내가 당시 너를 죽였더라면 나는 평생 살인자로 도망자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나는 품은 꿈이 있기 때문에 너를 죽이지 않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 불량배를 치안을 담당하는 간부로 임명하였다. 항우는 자존심 때문에 후일을 도모하지 못하고 자결해서 인생을 마감했고, 한신은 자존감으로 무장해서 후일을 도모했기 때문에 천하를 통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내 마음의 주인이 내게 있느냐 타인에게 있느냐가 인생을 결정한다. 자존심을 버리고 자존감을 키울 때 내 마음의 진정한 주인은 내가 되는 것이다.

/송진구 인천재능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