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야만적인 앨리스씨┃황정은 지음. 문학동네 펴냄. 164쪽. 1만1천원

노숙인의 눈으로 마주한 처절한 폭력의 세계


황정은의 두번째 장편소설이다.

작가는 재작년 가을 방문한 오사카의 지하보도에서 여장을 한 노숙인을 보았다. 그는 짧은 스커트 정장을 입고 스타킹을 신고 발에 맞지 않는 하이힐을 구겨신은 채로 고통스럽게 걷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 틈에서 그는 혼자 비탈을 오르는 것처럼 평지를 걷고 있었다. 작가는 이 여장 노숙인 앨리시어의 시선과 목소리를 통해 이제까지 그의 소설에서 만나보기 어려웠던 황폐하고 처절한 폭력의 세계를 만들어냈다.

책의 문을 여는 순간 우리는 그간 들어본 적이 없는 낯선 목소리가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고 쉴 새 없이 쏟아져나오는 듯한 환상에 빠져든다.

마치 앨리시어의 목소리를 소설 속으로 그대로 옮겨놓기라도 한 듯 말이다. 문장으로 하여금 스스로 말하게, 그리하여 결국 읽는 이의 귀에 들리도록 만드는 불가능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처럼.

▲소설

■결혼면허┃조두진 지음. 예담 펴냄. 320쪽. 1만3천원.

부부일심동체, 알고보니 부부이심이체


2005년 한겨레문학상을 받은 조두진의 새 장편소설이다. 결혼하려면 결혼생활학교 384시간 강좌를 이수해야 하는 미래의 한국사회가 배경이다.

강좌 이수가 끝나야 결혼면허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주고 면허증이 있어야 결혼할 수 있다. 스물여덟 살 처자 서인선이 결혼면허증을 따려고 1년 과정의 결혼생활학교에 입학한다.

결혼을 인생의 목표로 삼던 서인선이 결혼생활의 민낯을 마주하면서 부부는 일심동체(一心同體)가 아닌 '이심이체(二心二體)'고 다 맞춰가며 살게 된다는 건 '새빨간 거짓말'임을 배워가는 과정을 그린다. 작가는 "어렵게 운전면허증을 취득하고도 자동차를 몰고 도로에 나서면 사고를 내기 마련이다.

결혼생활은 운전보다 훨씬 멀고 험한 인생길"이라며 "조심하는 덕분에 지금만큼이라도 안전을 보장받는다. 결혼에 임할 때, 결혼생활에 임할 때도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작가의 말'에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