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별나게도 '특히 특(特)'자를 좋아한다. 특구(特區) 특급 특기 특대(特大, 特待) 특등 특례 특명 특무 특사(特使, 特赦) 특색 특설 특수 특용 특위(特委) 특유 특임 특종 특출 특허 특혜 등. 중국에선 슈퍼헤비급도 '특중량급(特重量級)'이라 부르고 특수 임무를 수행하는 경찰은 '특경(特警:터징)'이다. 보통검사가 아닌 특별검사 선호 역시 '특자 증후군'의 하나일 터이지만 중국 일본에도 특별검사→특검이란 없고 대한민국과 미국 이외엔 유례를 찾기 어렵다. 1875년 18대 그랜트 대통령 때 최초로 임명된 존 핸더슨 특별검사를 비롯해 1972년 닉슨 대통령의 중도 퇴진을 부른 이른바 워터게이트 스캔들 수사를 맡았던 아키발드 콕스 검사와 레온 재워스키 검사 등 18명의 특별검사를 배출했지만 그 이후엔 유례가 없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만은 특검 타령이 도무지 수그러들 줄 모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검사를 믿지 못한다면 특별검찰청을 검찰청 위에 옥상옥(屋上屋)으로 특설, 상설 특검제로 가든지 검찰청 명칭을 아예 '특별검찰청'으로 개칭하든지…. 그래도 수사가 뜨뜻미지근하거나 편파적이라고 여길 땐 어찌할 것인가. '특특검사'나 '초특급검사'는 어떨까. 그보다는 솔직히 '우리 편 검사로 특검을 하자'고 토로해 버리는 게 어떨까. 앞치마 두른 시녀검사가 아니라 시퍼런 이념적 칼날을 꼬나든 특별검사 말이다. 중국에선 '특히 特'자가 명사로 쓰일 때는 엉뚱하게도 '간첩' '스파이'라는 뜻이다. 이 얼마나 절묘한 글자인가. 특검 타령, 특검 별곡은 으레 야당이지만 성공한 예가 없었던 건 아니다. 이른바 옷 로비 사건, 조폐공사 파업 유도 사건, 한국판 워터게이트라는 박동선(朴東宣) 게이트 따위다.

안철수 의원에 이어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NLL 특검을 주장하며 또다시 산적한 국회 의사일정을 보이콧, 길거리 투쟁에 나섰다. 어떨까. '그런 건 분명한 태업(怠業)과 파업이다, 있을 수 없는 국회의원 직무유기'라는 쪽 시각과 '아니다. 그게 고유한 야당 활동이고 원래 야당이란 그렇다'…어느 쪽에 더 수긍, 소리 없는 박수로 동조할지 모르지만 아무튼 국민이, 어느 편 국민인지는 몰라도 국민이 판단할 일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