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연안에서 수십년간 어업을 해온 소래 어촌계 박창순(62)씨는 최근들어 인천 육지와 가까운 팔미도 인근이나 송도 해역에서의 어업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고 말했다.
송도 신항 공사가 진행되고 경인아라뱃길이 만들어진 후 고기 씨가 말랐다는 것이 그의 얘기다.
특히 지난 2011년부터 시화호 조력발전소가 가동된 후 시화호 밑바닥에 있던 오염 퇴적층이 빠른 물살을 타고 팔미도 근해까지 떠내려와 인천 앞바다의 오염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그는 주장했다.
박씨는 "덕적도나 굴업도까지는 나가야 뭐가 잡히지 팔미도 안쪽에서는 그물을 쳐도 쓰레기만 올라온다"며 "바닷속이 이렇게 썩고 있는 것을 누가 신경이나 쓰겠냐"고 하소연했다.
인천 앞바다의 오염 정도를 나타내는 수질평가지수(WQI)가 지난해보다 하락했다.
특히 강화도 해역의 경우 수질평가지수가 촤하위 등급인 '아주나쁨'으로 조사돼 인천시가 하루빨리 이에 대한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 경인운하가 주범?
해양 전문가들은 인천 앞바다의 오염 원인을 딱 잘라 하나로 단정지을 수 없다고 말한다.
다양한 오염원을 찾아내고 이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이 이뤄져야 하는데 아직 인천시는 이런 부분에까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있다.
해양환경 전문가들도 인천 앞바다 오염에 대한 여러 의견을 내놓고 있는데 최근에는 경인아라뱃길이 인천 연안의 오염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하대 생명해양과학부 최중기 교수는 "한강에서 인천앞바다로 내려오는 각종 오염물질이 경인아라뱃길을 거치면서 오염 정도가 더욱 악화돼 바다로 흘러들어갈 수 있다"며 "이 부분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인천지역 환경단체들이 아라뱃길에서 채수한 시료를 인천대학교 연구팀에 맡겨 분석한 결과, 전체 시료 15개 중 6개 시료의 COD(화학적산소요구량)가 '매우나쁨(11㎎/ℓ이상)'으로 나왔고, 8개 시료는 '나쁨(9~11㎎/ℓ)'으로 조사됐다. 아라뱃길이 인천 앞바다 부영양화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다는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이다.
■ 또 다른 오염원들
경인아라뱃길 외에 인천 앞바다 곳곳에 조성되고 있는 준설토 투기장과 수도권매립지에서 흘려보내는 침출수, 무분별한 바닷모래 채취 등도 인천 연안의 오염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꼽힌다.
현재 인천 앞바다에 조성돼 있는 준설토투기장 면적은 여의도 면적의 4배에 달하는 1천221만㎡이다. 해양수산부는 최근 영종대교 북측에 추가로 422만1천㎡ 규모의 2단계 준설토 투기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인천환경운동연합 이혜경 사무처장은 "준설토투기장 조성 과정에서의 바다 오염도 문제지만, 투기장이 완성되면 여기에 각종 관광·산업시설이 들어서게 돼 바다 오염을 가속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명호기자
바닷속엔 물고기 대신 쓰레기 오염 부추기는 '경인아라뱃길'
팔미도 인근·송도해역 어업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
준설토투기장·수도권 매립지 침출수도 오염 원인에
입력 2013-11-10 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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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1-11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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