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구-공항 '관문도시' 수준 머물러
직접적 시내 관광까지 연결되지 않아
'잘사는 나라' 체험 목적인 한국 여행
中 여유법 맞물려 저가품 설자리 잃어
현지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섬 지역
北접경지·무인도 권역별 특화 개발
의료 활용등 고급·차별화 서둘러야
언론인·업계 연계 내년 AG 팸투어
'새로운 이미지' 해외 홍보 기회로
인천공항과 인천항을 통해 한국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인천을 여행하는 중국인이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에 교통과 숙박 등의 관광인프라 확충, 섬 여행상품 개발, 인천의 도시이미지 강화 등 관광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제안이 나왔다.
지난 8일 인천파라다이스호텔에서 열린 '중국 관광객의 연안도서 방문 및 여객선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인천의 관광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인천항과 인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중국인이 인천을 '거쳐가는' 곳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한중카페리협회 전작 사무국장, 인천재능대학교 박창호 교수, 인천시 문화관광체육국 관광진흥과 장재덕 과장은 각각 '한중카페리선사의 중국관광객 유치', '중국관광객의 인천 도서관광 및 레저활동 증대방안', '아시안게임 중국관광객 유치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진행했다.
전작 사무국장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12년까지 모두 1천20만명이 인천~중국 카페리 항로를 이용했다. 이 중 한국인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나, 중국인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중국인 이용객은 2008년부터 한국인 이용객보다 많아져 2012년 카페리 항로 이용객 중 중국인의 비중은 73.6%였다.
이처럼 중국인 관광객은 늘어나고 있지만, 인천관광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 전 사무국장의 주장이다.
전 사무국장은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인천을 떠올렸을 때, 한번에 떠오르는 상징적인 이미지가 필요한데, 서울이나 다른 도시에 비해 인천은 그러한 부분이 약하다"면서 "인천의 해양·항만·관광인프라가 부족한 것도 인천의 관광활성화를 위해서 풀어야 할 숙제다"고 했다.
박창호 교수는 인천의 섬지역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 교수는 "수도권에 있으면서도 중국인이 쉽게 접하지 못하는 섬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인천은 섬을 활용한 관광상품을 개발할 경우 매력적인 관광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천지역의 섬을 서해 5도와 강화도를 포함한 북부권역, 영종·용유도와 무의도, 옹진군의 신도, 시도, 장봉도 등을 포함하는 중부권역, 옹진군 덕적도와 자월도 일대의 섬을 남부권역으로 구분한 뒤, 각 권역별 특성에 맞는 개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북부권역은 북한과의 접경지인 것을 활용해 특수목적관광지로 개발 ▲중부권역은 인천국제공항과의 연계 필요 ▲남부권역은 유인도를 거점으로 무인도를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개발 등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해양수산부와 인천시 등 지자체, 민간단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천시 장재덕 관광진흥과장은 최근 시행된 중국의 여유법(旅遊法)으로 인해 단기적으로는 중국의 여행객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여유법은 원가 이하의 비용으로 관광객을 유치, 가이드가 관광객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것 금지 등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동안 저가 관광상품을 통해 한국여행을 했던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수가 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인천시는 여유법 시행으로 개인관광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며, 이에 맞춰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장 과장은 "섬, 체험, 의료 등을 활용한 다양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중국 지방정부와의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아 새로운 여행수요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내년에 개최되는 2014인천아시안게임에 맞춰 중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 과장은 "중국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한 전담 상품을 개발하고, 언론과 연계한 마케팅을 추진해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내년에 더 많은 중국인이 인천에서 관광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제발표에 이어 진행된 토론 시간에는 중국인 관광객의 인천유치를 위한 다양한 제안이 나왔다.
인천대 한광수 동북아통상대 교수는 많은 중국인을 유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중국인을 유치할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고 있는데 저가 여행으로는 인천은 앞으로도 저렴한 도시라는 인식을 가지게 될 것이다"며 "고급 여행상품을 만들어서 인천관광이 고급스러운 관광이라는 인식을 가지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 교수는 이어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천은 항상 2등도시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인천 앞에 있는 중국이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이 상황을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된다"며 "아직까지 중국인은 한국에 갈 때 '잘사는 나라'를 여행하는 것이다. 그런데 인천이 저가 숙박시설을 만들고, 중국인을 저렴한 식당으로 데리고 간다면 인천은 못사는 나라 못사는 도시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를 막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인천을 최고급 도시로 키우기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 한 교수의 주장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안상근 관광레저기반과장은 중국인만을 위한 투자는 위험하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는 "내국인이 가지 않는 곳이면 중국인도 가지 않는다는 인식이 있어야 된다"며 "한국사람이 즐길 수 있도록 만든다면 중국인을 비롯한 외국인은 자연스럽게 찾아오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지인들이 즐기는 것을 보는 것이 가장 큰 관광거리다"며 "이를 외면하고 오로지 중국인만을 위한 시설을 만든다면 이는 실패로 귀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안 과장은 또 내년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해외언론인과 여행사 등이 참여하는 팸투어 실시 등의 계획을 밝혔다.
해양수산부 김남규 해운정책과 서기관은 한중카페리를 이용한 관광객 확대방안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서기관은 "인천에서 운영되고 있는 카페리가 활성화돼야 중국의 단체 여행객이 많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선박이 선령이 20년이 넘는 노후선박이기 때문에 안전성에 대해 우려하는 분들이 많아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안전시설 일제조사 등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여행업협회 김병삼 대외협력실장은 아시안게임 때 인천을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실장은 "아시안게임 때는 언론인과 선수단 등으로 인해 일반 관광객은 많지 않을 수 있다"며 "하지만 해외의 많은 언론이 인천에 오는 만큼, 이들을 활용해 인천이라는 도시를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실장에 따르면 올해 일본인 관광객은 210만명, 중국인 관광객은 340만명이다. 김 실장은 "중국관광객의 성장률이 높다. 그리고 중국인이 한국으로 오는 길목에 인천이 있다"며 "인천이 주인공이 돼서 이들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를 한다면, 늘어나는 중국관광객을 수용해 인천발전으로 연결시킬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인천시의회 박승희 문화관광위원장은 "인천의 특색있는 섬 관광, 인천공항을 이용한 환승 관광, 인천항을 통한 크루즈 관광 등 다양한 관광프로그램을 효과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경인일보, 이학재 국회의원, 새누리당 인천시당 해양항만위원회, 인천 중구청, 국가해양정책연구회, 한국해운조합, (사)한중카페리협회, (사)한국여행업협회, 인천시의회 등 7개 기관이 공동 주최했다.
이학재 국회의원은 이날 축사에서 "인천은 인천항과 인천공항, 경제자유구역을 가지고 있어 발전가능성이 높은 도시다"며 "인천의 발전가능성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인천시당 허식 해양항만위원장은 "오늘 토론회에서 발표되는 내용이 인천 시민사회와 중앙정부에 전달돼 행정적 지원을 받아낼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정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