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실종 22명, 가옥침수 8천세대, 이재민 2만1천여명. 집중호우가 남긴
상처다. 장대비가 새벽에 집중적으로 쏟아져 피해가 컸다고는 하지만 공사
장 안전점검과 수방시설 점검등 철저한 수해대책을 세웠더라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방치된 공사장=경기도는 지난 5월 31일 건설도시정책국 소관으로 여름철
수방대책관계회의를 갖고 도내 106개 대형공사장등 위험시설물에 대한 안전
점검을 지난달 16일까지 벌여나가도록 지시했다.
그러나 이번 집중호우에서 드러났듯이 관계기관의 수방대책구호는 그저 공
염불에 그쳤을 뿐이다. 대형 공사장들은 일선 시군과 공사업체의 무관심 하
에 방치돼 왔고 결국 이번 호우에 많은 이재민과 재산피해를 내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이번호우에서만 안양과 의정부, 부천등지에서 600여가구가 인근 공사장등에
서 흘러든 토사와 건축폐자재등으로 하수구가 막히거나 하천의 물흐름이 막
혀 침수피해를 입었다.
●잠자는 배수펌프장=현재 배수펌프장은 구리시 5개, 동두천시 13개등 공사
중이거나 완공돼 운영중인 펌프장은 도내 69개에 달한다.그러나 이번 집중
호우에서도 배수펌프장 가동지연등을 둘러싼 수해지역 주민과 지자체간의
책임공방은 어김없이 나타났다.
500여가구가 침수된 구리시 수택·인창·교문동과 390여세대가 침수된 광명
시 광명5동 주민들은 배수펌프장 가동지연이 침수피해의 결정적 원인이라
고 주장하고 있다.
●허술한 비상체계=턱없이 부족한 방송시설과 뒤늦은 대피방송, 먹통인 구
호기관등 이번 호우피해를 통해 당국의 허술한 비상·구조체계도 도마위에
올랐다.
8명이 실종된 가평군 상면 조종천 사고는 행락객들의 방심과 홍수를 알릴
수 있는 시설이 없어 발생했다 또한 200여가구가 침수된 안양 2동주민들은
119와 112를 셀수 없이 눌러댔지만 모두 먹통 이었고 이미 발목까지 물이
차오른 뒤 나온 대피 안내방송에 부천시 오정구 원종동 주민들은 분통을 터
뜨렸다. 도가 운영하는 자동음성통보시스템과 방송시설등 예·경보시스템이
있기는 하지만 재해취약 마을에만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물보다 무서운 전기=감전사는 이번 수해피해의 또다른 특징이다. 이번 비
피해로 숨진 10명중 5명이 전기에 감전돼 숨졌다는 사실은 향후 수해발생으
로 많은 인명을 앗아갈수 있다는 점에서 당국이 이부분에 대한 발 빠른 대
책을 내놓지 않으면 안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가로등과 신호등이 그물처
럼 엮여 있는 대도시의 경우 그 피해는 더욱 클수 있기 때문이다.
●대책=경기도 재해대책본부는 현재 수해발생지를 중심으로 이번 집중호우
의 피해원인에 대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재해대책본부는 우선 주민들이 공사장으로 인해 수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하
는 지역에 대해 시군 자체 조사를 지시했으며 이후 해당부서별로 합동조사
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조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재해대책본부는 또 가동지연등이 문제가 된 배수펌프장의 경우도 현재 구리
시에서 파악한 바로는 직원들의 근무태만으로 가동이 지연된 것으로는 보이
지 않는다며 추후 감독차원에서 재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이밖에 부족한 경
보시설로 잦은 실종자와 사망자가 발생하고 있는 가평등 산간계곡지역을 중
심으로 경고 사이렌과 방송시설등을 추가 확충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