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단순히 불고기·김치 등
맛으로만 세계화는 어렵고
'한국음식 먹는 문화' 조성 필요
이를위해 고급식당 음식부터
쉽게 즐기는 '길거리 음식' 등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야


농식품 판매 촉진과 한식 홍보를 위해 최근 미국을 다녀왔다. 한국식품의 해외 소비 붐을 조성하고 수출확대를 위해 'K-Food Fair'라는 이름의 행사를 중국 상하이, 베트남 하노이에 이어 미국 뉴욕과 LA에서도 개최한 것이다. 'K-Food Fair'는 농산물 전시 위주의 과거 식품박람회 틀을 벗어나 새로운 접근이라고 평가받는다. 한국 농식품을 직접 체험하고 상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되 음식과 패션, 음식과 문화를 접목하여 많은 소비자들의 참여와 호응을 이끌어냈다.

특히 뉴욕 중심가 타임스퀘어에서 이틀간 열린 행사에서는 15만명 이상의 시민들이 참석하였으며 배, 김, 버섯, 전통장류 등 우리 농식품을 시식하고 김치·김밥 만들기 등 한식 체험 기회도 가졌다. K-Food를 '고급(Premium)+건강(Healthy)' 이미지로 접근하는 방식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이번 행사를 통해서 주제를 잡아 한식의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나가는 '이미지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꼈다.

한식세계화는 농식품 수출과 직결된다. 한식세계화에 대한 논란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2009년부터 추진한 한식세계화가 해외에서 한식 인지도를 높이는 효과를 거두었으나 기획이나 추진 방식, 집행 등에서 몇가지 문제점을 노출시키기도 했다. 한식세계화는 보완해야 할 사항은 있지만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할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aT는 한식세계화를 위해 해외 유명 호텔체인에 한식 프로모션 실시, 해외 유수의 대학에 한식조리 정규과정 개설, 해외 재외공관 파견 조리사 교육, K-Pop 콘서트 등 각종 문화행사와 연계한 한식 홍보 등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다.

한식조리사 양성교육, 한식당 지원 등의 사업성과로 해외 한식당 숫자가 증가하는 추세고, 메뉴와 인테리어도 많이 개선되었다. 한류열풍을 타고 한국 농식품 수출도 크게 늘었다. 지난 2008년 44억 달러였던 농식품 수출액이 지난해 80억 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식품의 이미지가 개선되는 등 눈에 보이지 않는 효과도 현지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동안 기초기반을 다져온 한식세계화 사업성과가 적지 않지만 앞으로 보완해야 할 과제도 많다. 이번에 미국에서 만난 유명 셰프나 식당 운영주, 우리 농산물을 거래하고자 하는 바이어들이 저마다 한식세계화에 대해 여러 가지 조언을 한다. 영어 표기, 메뉴, 맛, 가격, 인력, 식재료 면에서 여러 가지 보완해야 할 사항이 발견되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북미, 유럽 등 12개국의 요리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가장 경쟁력있는 음식으로는 이탈리아가 뽑혔고 일본, 스페인, 프랑스, 중국, 태국 순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중간 정도인 7위에 선정됐다. 경쟁력이 높다고 평가된 국가들은 저마다 음식 세계화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는 피자, 파스타 등 어디서든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세계에 전파시켰고, 일본은 초밥 등을 고급 음식 이미지로 홍보했다. 단순히 먹거리 차원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접근한 것이다. '프랑스 미식 문화'는 2010년 식문화로서는 세계 최초로 유네스코 세계 무형 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단순히 불고기, 김치 등 한국음식의 맛만 가지고 한식세계화를 이루기는 어렵다. '한국음식을 먹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고급식당 음식'부터 이동시에 휴대가능한 '포터블(portable) 음식', 언제 어디서든 쉽게 즐길 수 있는 '길거리음식' 등 여러 가지 형태를 갖춰야 한다. 한식세계화를 위해 다양한 창조적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들어가야 한다.

한식세계화는 식재료 수출, 고용 활성화 등 경제적 효과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국격이 높아지는 기회다. 정부의 정책적 노력이 계속되어야 하고 민간의 연구와 노력도 있어야 한다. 일본과 태국은 정부와 민간이 함께 자국 음식 세계화에 나서 성공을 거두었다. 한식은 이미 세계적인 웰빙음식으로 주목받고 있다. '문화로서의 한식'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경기도가 앞장서 노력하기를 기대한다.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