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휴대전화·계좌번호 간단가입
공식 토토보다 배당높아 인기
해외 서버 이용탓 차단 어려워
최근 연예인 불법 스포츠 도박 파문으로 사설 스포츠 토토(이하 사설토토) 단속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사설토토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예선과 각국 축구 국가대표 친선경기가 집중돼 있던 16~17일 취재진이 인터넷 유명 실시간 방송사이트에서 중계하는 한 축구경기에 접속하자 중계화면을 통해 사설토토를 안내받을 수 있었다.
사설토토는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출·입금 은행 계좌번호만 입력하면 간단하게 가입할 수 있는 구조. 청소년 진입을 차단하는 성인인증 절차는 당연히 없었다.
가입 과정에서 사설토토 관계자는 전화로 "해외 서버를 기반으로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기 때문에 국내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며 안심시켰다.
안내받은 한 법인 명의의 은행 계좌로 돈을 입금하자 바로 베팅이 가능했다. 사설토토는 국가대표 축구경기 외에도 해외축구 2부리그 경기, 러시아 하키리그, e스포츠 등 베팅대상 경기가 다양했다.
승·무·패에 돈을 거는 일반적인 방식뿐 아니라 농구에서 첫 자유투를 얻어내는 팀, 쿼터별 승리팀 등 베팅 서비스도 각양각색이었다. 이 같은 사설토토는 스마트폰에서도 똑같이 이용이 가능했다.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가 파악한 사설토토 시장규모는 지난해 기준 7조6천억원으로 국민체육진흥법에 따른 공식 스포츠 토토 총 매출액 2조8천억원보다 2배 이상 큰 규모였다. 최근엔 개그맨 이수근 등 유명 연예인들조차 억대의 사설토토를 하다 검찰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사람들이 사설토토에 열광하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높은 배당금과 베팅금액 상한선 때문.
실제 15일 열린 축구 국가대표 친선경기 한국 대 스위스 전에서 한국이 승리했을 때 공식 스포츠 토토는 베팅한 돈의 2.32배를 받을 수 있지만, 사설토토는 2.65배를 받을 수 있었다.
사설토토는 베팅금액이 수백만원까지 가능하지만, 정식토토는 최대 10만원까지만 베팅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 기기 보급 활성화와 더불어 스포츠는 '도박'이 아니라 '내기'라는 인식 등이 사설토토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한다.
사이트가 적발되면 곧바로 다른 해외서버로 옮겨지기 때문에 원천적인 차단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전영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서울지역센터장은 "사설토토는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쉽게 접속되는 데다 카드 도박과 달리 '스포츠'라는 긍정적인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청소년조차 도박이라는 생각없이 빠져들고 있는 실정이다"며 "몇 번 돈을 따면 '클릭 한 번이면 돈을 쉽게 벌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결국 중독까지 이르게 된다"고 설명했다.
인천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대부분 서버가 해외에 있기 때문에 운영자 추적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행위자를 검거하더라도 상습성이 없거나 소액일 경우에는 처벌이 어렵다"고 말했다.
/김민재·김주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