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U사태 이후 편의점 업계가 가맹계약 및 운영과 관련한 분쟁을 신속하게 해결하기 위해 상생대책 등을 내놓고 있다. 18일 오후 수원 시내의 편의점에서 손님들이 물건을 구입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미니스톱, GS 25, 세븐일레븐. /하태황기자
점주 죽음 계기 대책 쏟아져
분쟁해결 돕고 위약금 감면
시민단체 활약에도 큰 성과
일명 'CU방지법' 국회 통과
유가족 "작은 변화 느낀다"


지난 5월 16일 용인에서 편의점 'CU'를 운영하던 김모씨가 계약해지 등의 문제로 CU 본사인 BGF리테일측과 마찰을 빚다가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매출부진과 건강 악화로 편의점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김씨는 수천만원의 위약금 때문에 고민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

이 사건 이후 우리 사회의 '갑을(甲乙)논란'은 편의점 업계 전반은 물론,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며 시민단체의 참여, 국회의 관련법 개정 등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김씨가 떠난 지 6개월 지났다. 그동안 관련 업계의 불공정 관행이 얼마나 해소됐는지, 앞으로의 과제는 무엇인지 짚어본다. 편집자 주

■ CU방지법 제정, 상생대책 쏟아져

김씨의 죽음을 계기로 CU측은 여러 가지 상생대책을 내놨다. 먼저 140억원 규모의 상생펀드를 조성해 편의점 가맹점주가 2천만원 한도 내에서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게 했다.

또 '자율 분쟁해결센터'를 설치해 편의점 가맹계약 및 운영과 관련한 분쟁들을 보다 빠르게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지난 6월부터 9월까지 가맹점 현황 모니터링을 통해 수익이 부실한 점포에 대해 정리작업에 착수했다.

수익 저조로 폐점을 원하는 점주들에게 위약금 감면 및 면제를 통해 신속한 폐점을 진행했고, 일부는 직영점으로 전환했다. 이로 인해 올 4월 8천68개에 이르던 점포 수가 10월 기준 7천894개로 174개나 줄어들었다.

CU 관계자는 "(용인사건 이후)업계의 무분별한 점포확장 경쟁을 지양하고, 편의점 가맹사업의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다양한 시책을 내놓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역별 가맹점주들을 만나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고 이를 정책결정에 반영하겠다"고 말했다.

CU사태 이후 시민단체들의 활약에도 큰 성과가 있었다. 참여연대, 전국편의점가맹점사업자단체협의회 등 시민단체들이 편의점 전반에 걸쳐 문제를 제기했고, 지난 7월 2일 일명 'CU방지법'으로 불리는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게 됐다. 이어 10월 10일에는 시행령이 입법예고됐다.

개정된 법률에는 ▲가맹점의 예상매출액 정보 제공 ▲영업지역 보호 의무화 ▲과도한 해지위약금 금지 ▲24시간 영업 강요 금지 ▲리모델링 시 본사와 가맹점이 비용 분담 등 편의점을 비롯한 여러 프랜차이즈업계 가맹점들의 권리보호를 위한 내용들이 포함돼 있다.

시민단체들은 성명을 통해 "해당법안이 현대판 '지주-소작 관계'라는 불공정하고 불합리한 계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 해당 점포는 폐점, 유가족은 "갑을 관계에 변화 생겼다"

지난 17일 오전 11시께. 숨진 김씨가 일했던 용인시 기흥구 소재 편의점을 찾았다.

6개월 전과 달리 그곳엔 CU 간판이 없어졌고, 내부는 텅 비어 있었다. 주변의 빵집, 약국, 안경점, 과일가게 등의 점포들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지만, 김씨가 운영하던 편의점은 문을 닫았다.

유가족들이 편의점 운영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힌 뒤, CU 본사는 폐점을 결정했다. 문제가 됐던 위약금은 받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까지 임자를 만나지 못한 채 비어 있는 상태다. 주변의 한 상인은 "단 하루도 문을 닫았던 적이 없었던 곳이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날 오후 어렵게 숨진 김씨의 아내 A씨를 만나 그간의 심경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A씨는 "지금이 더 힘들다"며 말문을 뗐다.

A씨는 "당시에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과의 이별을 받아들일 겨를도 없이 대기업과의 싸움을 시작해야 했고,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힘든 일들을 감당해야만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가게도 다 정리됐고, 일상으로 돌아오고 나니 이제야 새삼 실감이 나고, 남편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진다"며 "대기업과의 불공정 관행을 세상에 알린 것은 향후 이 같은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였는데, 이제 조금씩 갑을 관계가 변화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말했다.

/홍정표·김선회·황성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