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정서·인성·역사의식 실종
예체능과 도덕·역사 과목
중심으로 나라를 위하고
인권 존중과 감성이 풍부한
사람을 만드는 교육과정 필요
참으로 많은 뉴스거리가 등장하는 현대사회이다. 한마디로 뉴스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매체가 없던 시절 들을 수 없었고 듣지 말아야 할 듣고 싶지 않은 소식도 어쩔 수 없이 무조건 들어야 한다. 그 중에서 가장 듣기 싫지만 점점 늘어가는 뉴스가 청소년 범죄이고 학교폭력이다. 이 나라의 미래인 청소년들의 날로 흉폭 해지는 범죄소식을 들을 때면 미안함과 함께 참담함, 어른으로서 부끄러움, 결국엔 책임감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얼마 전 19세 소년이 여자 친구를 유인해 성폭행하고 시신을 훼손한 후 SNS에 죄책감 대신 시신을 조롱하며 지옥에 가고 싶다고 글을 올린 최악의 엽기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여론은 들끓었지만 이내 시간이 흐르며 별다른 대책도 없이 잊혀져가고 있다.
청소년들의 극악한 범죄는 학교 안에서도 자연스러울 정도로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대구에서 중학교 2학년을 다니다 친구들의 악랄하고 지속적인 폭력으로 아파트 집 베란다에서 유서 한 장 남겨놓고 자살한 권모군의 유서 내용은 분노를 넘어 인간의 존엄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사건이었다. 온갖 폭력에 돈 갈취, 개 줄을 하고 바닥의 과자 부스러기를 주워 먹게 하는가 하면 피아노 의자에 구금하고 장시간 때리기 등 도저히 성인들도 생각하기 힘든 폭력에 시달리다 자살을 선택한 것이다. 어쩌다 우리의 아이들이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사소한 이유로 부모에게 폭력을 가하고 학교선생을 고발하며 집단으로 폭력과 강간을 저지르며 범죄 후에도 뉘우침이 없는 아이들, 이러한 무서운 현상이 과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무엇이 그토록 우리들의 청소년을 흉악하게 만들고 있나. 그 원인은 너무나 많아 보인다. 영화, TV, 인터넷 등 온갖 매체들의 무자비한 폭력 막장드라마에 갖은 선정성. 뿐인가. 현실에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비상식적인 법치가 판을 치고 위정자들은 자신들의 권력에 취해 추한 싸움질을 해대고 이 나라의 미래인 청소년들의 문제엔 인색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필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원인은 교육이다. 가정교육의 왜곡과 학교교육의 붕괴 그리고 세계에 유례가 없는 건조한 입시교육이다. 가정에서는 있는 집 부모들의 비뚤어진 자식 과보호와 없는 집 부모들의 경제적인 이유로 자식들에 대한 방관이 아이들을 양극화로 몰아가고 있다. 이 문제는 곧바로 학교로 이어져 돌아가며 피의자와 피해자가 되어 폭력과 왕따 문화 그리고 선생을 무시하고 대들어도 매 한대도 들 수 없는 이상한 공간으로 되어버렸고 가장 중요한 교육과정이 입시위주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인간이 없는 교육이 되어버렸다. 중등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체육 음악 미술 등이 짐짝 취급을 받아 사라져가고 국사가 선택당하고 난도질 당하는 코미디 같은 나라가 되었다. 국어 영어 수학이 교육의 전부인 것처럼 대단히 왜곡되어 있다. 아이들의 정서 인성 역사의식 등이 도저히 생겨날 수 없는 교육과정이다.
단언컨대 비뚤어진 교육과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그것도 이른 시간에 음악 미술 체육이 후한 대접을 받아야 하고 도덕과 역사과목이 중심에 서서 나라를 위하고 환경을 생각하며 인권을 존중할 줄 아는 그러면서도 감성이 풍부한 아름다운 인간을 만드는 교육과정이 되어야 한다. 교육의 근본을 바꾸고 목적을 바꿔야 한다. 여기에 하나 더 한다면 교육연극을 중등교육 정규 교과목에 넣어야 한다. 연극의 교육적 가치와 활용은 선진국 여러 나라에서 이미 큰 효과를 보고 있는 교육수단이다. 연극이 교실로 들어오면 공연을 위한 연극교육이 아니라 교육을 위한 연극을 활용하는 것으로 연극놀이를 통하여 창의성 협동심 사회성 인성 등을 크게 향상시켜 전인교육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흔히 교육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이제라도 비뚤어진 교육을 바로잡고 큰 틀에서 나라를 바로세우는 마음으로 기초 중등교육의 체계를 바로잡고 대학은 이에 부응하여 입시방법을 대전환하고, 기업은 구인방법을 새롭게 해야 한다. 실제로 살아가며 영어가 필요한 사람, 미적분이 필요한 사람은 2%면 족하다. 하지만 한번 망가진 인성들은 돌이키기 힘들다. 우리 아이들에게 숨쉴 자유를 주어야 한다.
/장용휘 연출가·수원여대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