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창수 객원논설위원,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
국내 도시들은 비중은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문화도시를 중요한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 문화예술을 발전시켜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도시발전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문화도시란 시민들의 문화향유의 양적 질적 확대는 물론 대다수의 시민들이 문화 창조의 주체가 되어 자율적이고 일상적인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런데 정부와 지자체의 문화정책은 문화예술 인프라 확충을 통한 문화예술 향유 수준을 향상시킨다는 하드웨어 위주의 '고색창연한' 방법을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예술인들은 문화예술 작품을 창작(생산)하고 시민들은 그 생산물을 향유(소비)하며 정부를 비롯한 공공영역은 이 향유 활동을 확대할 수 있는 공간인 문화시설을 확충한다는 전략인 것이다.

이 같은 공급자 중심의 정책은 대다수의 시민들이 문화 예술의 수동적 소비자로만 머물러 있게 만든다. 시민은 문화예술을 일상적으로 향유하는 소비자를 넘어 문화예술의 능동적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화예술 지원 정책에서 문화예술 활동 주체를 기준으로 직업적이고 전문적인 문화예술가나 그 활동과 아마추어적 문화예술로 구별하고 있지만, 문화예술 활동 현장에서 그 차이는 점차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문화예술 통계를 보면 인천시민의 경우 동호회 참여 경험은 8.7%이며, 문화예술 동호회 활동을 희망하는 비율은 약 30%에 달하고 있다. 시민문화 활성화는 이러한 시민들의 자발적 노력을 어떻게 지원하는가에 달려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지원정책은 아직 초보적 수준에 머물러 있다. 생활문화에 대한 관심 부족은 현재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생활체육에 대한 관심이나 지원규모와 비교해 보면 전무하다고 해도 좋다.

이제 문화예술의 향유자나 대중문화의 소비자, 객체에 머물러 있는 시민들을 문화예술의 능동적 주체, 생산의 주체가 되도록 지원하는 일을 문화예술 정책의 중요한 목표로 설정해야 할 시점이다. 생활문화의 활성화를 통해 시민들은 물질적 성공신화의 유혹, 속도에 대한 강박증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을 관조하고 성찰하며 대안적 생활 스타일을 만들어나가며 스스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시민문화의 활성화는 시민들의 취미활동을 지원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쇠퇴한 구도심을 재생하는 동력으로, 창조경제와 관광을 활성화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 일본 가나자와시(金澤市)는 시민문화 활성화를 통해 도시 발전을 이룬 대표적 사례이다. 가나자와시는 시민생활문화를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섬유산업 공장 건물을 리모델링하여 시민예술촌을 조성한 뒤 시민들에게 제공하였다. 시민예술촌은 창작연습과 발표공간 등 다양한 장르의 공방으로 꾸며 시민들이 연중 무휴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가자나와 시민예술촌은 시민들 스스로 문화를 창조하는 주체가 되는 거점, '창조계급의 산실'을 만들어 낸 사례이며, 이 창조적 에너지는 지역의 공예산업과 문화산업으로 연쇄 파급되고 있으며, 시민예술촌 자체가 외지인의 중요한 방문 장소가 되어 관광산업에 미치는 효과도 막대하다.

시민생활예술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우선 실태조사를 통해 시민들의 자발적 문화활동 현황과 정책 수요를 조사한 다음 필요한 제도적 정비와 재원을 마련하는 것이 순서이다. 시민들의 자발적 문화예술활동에 가장 기초적인 지원은 창작 교육, 연습, 공방, 발표에 필요한 복합문화공간(시민예술촌)을 지원하는 것일 터이다. 다만 이러한 시민예술촌 조성 사업은 상당한 예산이 소요되므로 단계적으로 접근해야 하며, 체육시설과 유휴공간이나 폐공장을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시민생활문화에 대한 지원을 통해 더 많은 시민들이 창조적 예술활동을 하고, 예술활동이 생활화할 수 있는 효과적 지원 정책이 절실한 시점이다.

/김창수 객원논설위원,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