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
기업은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까다로운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줘야 하는 경쟁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
기술혁신에 끊임없이 매진해야


모 케이블방송을 통해서 방영되는 '응답하라 1994'의 열기가 뜨겁다. 동시대를 살았던 X세대들에게는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도 하고, 전 연령층과 첫사랑의 설렘을 공유하면서 함께 안타까워 하기도 한다. 물론 참신한 소재와 탄탄한 배우들의 연기력도 볼 만하지만, 매 회 이제는 우리의 기억에서 잊혀 어렴풋하기까지 한 추억의 물건들의 등장이 그 재미를 더해주고 있다. 소위 X세대의 전유물이었던 '삐삐'라 불리던 '무선호출기', 전 국민의 눈동자를 사시로 만들었던 '매직아이', 무선전화기 하면 자연스럽게 떠올리던 '바텔전화기'까지 새삼 우리가 지나온 세월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물건들을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 또한 크다.
당시에는 정말 참신했던 제품들이 어느새 잊혀 사라져 버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한때는 혁신적이었던 제품이 일용품(commodity)의 단계를 거쳐 결국 시장에서 사라지게 되는 일련의 '제품 수명주기(product lifecycle)'를 가지게 되는 것은 해당 제품이 지니고 있는 성능에 대한 과잉공급으로 인해 기인된다고 한다. 실제 미국의 원더미디어 어소시에이츠가 제안한 제품에 대한 구매계층(buying hierarchy)모델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제품은 기능성, 신뢰성, 편리성, 가격에 의해 순차적으로 선택된다는 것이다.

즉, 시장에 새로운 제품이 출시되면 또 다른 경쟁제품이 나오기까지 소비자들이 제품의 기능성에 초점을 두고 선택을 하게 되지만, 더 이상 기능성에 의한 차별을 느끼지 못할 때 다음 수순으로 신뢰성에 기반을 두고 제품과 판매업체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또한 시장에서 이러한 신뢰성이 충족되면 소비자들은 사용이 가장 편리한 제품과 판매업체를 선택하게 되고, 마지막의 경쟁기반은 가격으로 전환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매계층 모델에 따르면 시장에 출시되는 제품이 각각 다음 단계로 이동되기 위해서는 성능에 대한 과잉공급과 다른 제품과의 경쟁을 통한 진화로써 가능하다는 것이다.

기업은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하고, 나날이 까다로워지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내기 위해서 끊임없이 혁신하고 또 혁신해야 하는 것이다.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에 필수불가결한 요소인 혁신은 하버드 경영대학원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에 의해 '지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으로 구분되어 제시되고 있다. 낡은 것을 버리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여 더 많은 부를 창출하는 활동을 혁신이라고 포괄적으로 정의할 때,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가 말한 지속적 혁신은 기존의 제품을 지속적으로 개선해서 보다 높은 가격을 책정하는 것으로 부를 창출하는 것을 말하고, 파괴적 혁신은 파괴적 기술을 통해 기존의 주류시장을 붕괴시키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동력을 지칭한다. 따라서 혁신은 기존 시장에서 점진적으로 나아진 성능에 대해 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할 용의가 있는 기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지속적 혁신과 기존 기술보다 더욱 간단하고 저렴한 비용을 통해 새로운 소비자들의 기대를 창출하여 결국 기존 시장을 붕괴시키는 파괴적 혁신으로 구분된다는 것이다. 즉 기존 주류시장을 더 이상 필요없게 만드는 파괴력이 새로운 시장이 열리게 만들며, 결국 그러한 파괴적 기술은 새로운 시장에서 가장 강력한 판매 전략으로 활용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파괴적 기술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잣대는 무엇이 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에 바로 소비자들의 행동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답할 수 있다. 소비자들이 시장에서 하나의 제품을 어떻게 구매하고 사용하며 처분하는지에 대한 관찰을 통해 파괴적 혁신의 실마리가 제공된다. 사진 한 장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던 5.25인치의 디스켓에서 3.5인치 디스켓으로 또 CD로 USB로 저장공간에 대한 성능의 개선을 통해 점진적으로 이뤄지던 혁신이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을 매개로 변화된 소비자들의 행동을 통해 기존 저장매체의 시장을 붕괴하고 클라우드 환경이 조성된 것으로 확인될 수 있을 것이다. 단, 이러한 파괴적 혁신이 지속적 성장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은 대신 우리는 파괴적 혁신에 의해 사라진 추억을 되새기고 향수하며 '응답하라'를 외칠 기회를 얻게 되었다.

/이영애 인천대 소비자아동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