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창호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연구원은 19일 열린 인천시민인문학강좌에서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를 통해 교화를 위한 폭력이 정당한지에 대해서 강의했다.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제공
영화 속 갱생프로그램
악행 거세 순종적 인간돼
기계 부속물 전락 지적
결국 악한 본성 되살아나
기득권 옹호수단 비판도


수천 년 전부터 부랑아를 퇴치하는 일은 위정자들의 주된 관심이었다. 과거에는 이들을 구호하는 데 앞장섰지만, 근대에 들어서부터는 부랑아를 수상하고도 위험한 존재로 여기기 시작했다. 위정자들은 범법자와 부랑아를 처벌하는 형벌과 처벌규정을 마련했다. 그렇다면 인간은 교화될 수 있는 존재인가.

유창호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연구원은 19일 열린 인천시민인문학강좌에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영화 '시계태엽 오렌지'(1971년)를 통해 가해자를 피해자로 만드는 '처벌'과 갱생과정에서 나타나는 '제도화된 폭력'을 소개했다.

'시계태엽 오렌지'는 인간을 기계처럼 교화시키는 미래사회를 풍자적으로 그린 SF 사회풍자물이다. 주인공 알렉스는 중산층 가정에서 자란 학생이지만, 저녁이 되면 마약을 섞은 우유를 마시며 절도, 폭력, 강간 등 일탈을 계획한다. 그러다 우발적인 살인을 저질러 14년형을 선고받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알렉스에게 죄의식은 눈곱만치도 없었다.

유 연구원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일은 철학자들의 오랜 과제였다"며 "타고나면서부터 인간이 가진 본성이 선하든 악하든 아니면 아무 것도 없든지 간에 동서양 모든 철학자들은 교화와 교육을 통한 선성(善性)으로의 이행을 공통적인 목표로 삼았음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알렉스는 정부의 범죄교화 프로그램 '루도비코 프로그램'에 선발된다. 그는 몇 주간 정체불명의 주사를 맞으며 잔혹한 폭력물을 시청했다. 그리고 알렉스는 모든 악한 행동이 거세된 순종적인 인간이 됐다. '루도비코 프로그램'은 알렉스의 본성을 바꾸진 못했다. 다만,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지 못하도록 길들여진 것이다.

이에 대해 유 연구원은 "자유의지를 상실한 선(善)은 더 이상 선(善)이 아니다. 이 때문에 영화 속 교도소 신부는 '알렉스가 신의 피조물도 아니며, 시계태엽과 같은 기계의 부속물일 뿐'이라고 역설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복수를 위한 폭력, 교화를 위한 폭력은 정당한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철저히 순종적 인간으로 변한 알렉스는 부모로부터 외면당하고, 노숙자에게 폭행당하며, 경찰이 된 과거 불량배 친구들로부터 고문을 받는다. 또 자신이 살해한 여성의 남편으로부터 복수를 당한다.

1975년 프랑스 철학가 미셸 푸고는 '감옥의 역사'라는 부제를 단 '감시와 처벌'이라는 책을 출간한다. 처벌은 시대가 흐르면서 유연하고 완화됐지만, 실제로는 처벌의 방법이 부르주아 사회계급의 이익만을 옹호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이 푸코의 주장이다.

공간을 구분하고, 규율을 강제하는 규율권력은 감옥뿐 아니라 군대, 병원, 공장, 학교 등 모든 소단위 체제를 통해 확산시켜 인간의 육체에 길들여지게 했다는 말이다.

알렉스는 자살을 시도하지만 다행스럽게 성공하지 못했다. 그의 자살 미수사건은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루도비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정부는 여론의 질타를 받는다. 정부는 이 사건을 알렉스에게 복수하려던 피해자의 음모로 꾸미고, 그에게 취업을 보장한다. 영화는 알렉스가 귀족들에게 둘러싸여 한 여인을 마음껏 강간하는 꿈을 꾸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그의 악한 본성이 완전히 되살아난 것이다.

다음 강좌는 12월 3일 오후 2시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이화진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가 '재난과 공동체:최근 한국영화에서 재난의 문제'로 강의한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