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참여연대, 전국을살리기비대위 등 시민단체 대표들이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참여연대 제공
대기업 '자정의지' 가장 중요
사고수습보다 예방 신경써야
'가맹사업법' 보완책도 필요


용인 CU 편의점주 자살사건 이후 '자영업의 희망'이라고 불렸던 가맹사업의 허와 실이 명확히 드러났다.

이후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고, 이 같은 불공정 관행 철폐는 공공기관까지 확산됐다.

경기도교육청 등 공공기관들은 관행적으로 사용하던 문서에서 '갑·을' 표현을 삭제하기로 했고, 경기도의회도 이와 관련한 조례를 제정해 '갑·을' 표현을 추방하고 나섰다.

하지만 여전히 숙제는 남아 있다. 전문가들은 문제가 불거진 후 수습차원의 미봉책이 아닌, 근본적 해결을 위한 기업의 자정 의지와 법적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가맹사업 불공정을 뒤집다

그동안 편의점 업계의 불공정한 관행에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편의점주들은 CU 사태 이후 '갑의 횡포'에 분노하면서, 대기업을 상대로 '정의'와 '생계'를 위한 싸움을 시작했다. 이런 반란은 CU를 비롯해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등 편의점업계 전체로 번졌고, 곧 제과업계와 화장품업계까지 확산됐다.

크라운베이커리 점주들은 지난 6월 점주들의 경영악화에도 불구, 각종 할인·제휴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반품을 거부한 크라운해태제과측을 공정위에 제소했다. 점주들은 "본사가 자체 폐점을 유도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갑을 논란은 곧바로 화장품업계에서도 일었다. 화장품업체 측이 매출이 좋은 지역의 가맹점을 쫓아내고, 그 자리에 직영점을 만드는 횡포를 부린 것.

이어 판촉품 구입을 강요하는 등 불공정 행위가 드러나면서 사회적으로 비난을 받았다. 최근에는 한 치킨 프랜차이즈업체가 제품 공급가를 일방적으로 인상하자 가맹점주들이 이에 대항하며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가맹사업주들은 CU 사태에서 촉발된 가맹사업법 개정이 불공정한 관행을 개선하는 데 기폭제가 됐다고 설명한다.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민주당 김영주 의원은 "법 개정으로 갑을 관계 완화에 진전이 있을 것이다. 앞으로 가맹사업분야에서 보다 공정한 거래가 정착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경제민주본부 사무처장은 "경인일보 보도를 통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BGF리테일 경영진이 공식 석상에 나와 사과를 한 것부터 이미 변화는 시작됐다. 이후 기업들이 개선안을 통해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등 두드러진 성과는 분명히 있었다"며 "사회적 약자로 취급되는 '을'도 보호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한 것도 성과"라고 강조했다.

■ 아직도 갈 길은 멀다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은 대기업들의 자발적인 개선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사고가 난 후 수습책이 아닌, 사전에 불공정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또 법 개정안에 따른 시행령에 부족한 내용을 보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0일 민주당과 전국을살리기비대위, 각 가맹점주 모임은 가맹사업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마감에 맞춰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맹사업법의 완성은 시행령"이라며 "공정위는 가맹점주·시민단체 등과 지속적으로 논의를 거쳐 입법 취지에 맞는 시행령 개정안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24시간 운영 등 강제영업을 금지할 수 있는 전제 조건을 보다 완화하고, 가맹본부의 불공정한 행위를 규제하는 장치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폐점에 따른 위약금 산정과 중도해지 사유를 가맹점주에게만 전가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안진걸 참여연대 경제민주본부 사무처장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인 갑을 관계가 존재한다"며 "대기업은 일선 가맹점주들과의 대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김태성·황성규·강영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