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싸움". 하도급 업체의 노조설립을 도왔다는 이유로 대기업에서 해고된 노동자가 복직을 위한 힘겨운 투쟁을 1년동안이나 벌이고 있다.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 모두 복직시켜야 된다고 결정했지만 회사에는 그저 마이동풍(馬耳東風)일뿐. 거대한 집단을 상대로 벌이는 개인의 싸움은 힘겹고 눈물난다.
지난해 8월 대상그룹 계열사인 용인시 기흥읍 농서리 (주)대상식품에서 징계해고된 김영구(32·수원시 팔달구 매탄3동)씨. 회사 노조의 쟁의부장을 맡고 있던 김씨는 회사내에 입주해 있는 하도급 업체의 노조설립을 도우며 회사일을 등한시하고 업무를 방해했으며 명예까지 실추시켰다는 이유로 징계해고됐다.
김씨의 계란으로 바위치기식 싸움은 이때부터 시작됐다.
수원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로부터 “점심시간과 퇴근시간이후 하도급 업체의 집회에 참석했으며 회사의 명예를 훼손한 점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지난 1월과 지난달 18일 잇따라 김씨를 복직시키라는 결정이 내려졌지만 회사는 이에 불복하고 지난 3일 서울지법에 행정소송까지 제기했다.
이길 가능성이 거의 없어보이는 무모한 싸움을 벌인지 1년여. 낮에는 노동기관을 찾아 자신의 처지를 호소했고 밤에는 막일을 하러 다녔지만 벌이가 없는 생활은 형편이 말이 아니었다.
22평짜리 아파트를 팔아 13평아파트 전세로 옮겼고 먹는것 입는것 모두 아끼며 살았지만 2살과 10개월된 아기 분유값 대기도 어려웠다. 또 회사는 김씨가 개인사정으로 퇴직했다며 노동위원회에 신고, 9개월여동안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했다.
김씨는 “정신적, 경제적으로 더이상 버틸수 없어 지난 4일 가족들과 함께 회사를 찾아 복직을 시켜달라며 눈물로 호소했지만 이마저 거절당했다”며 “단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대기업이 이토록 한 개인의 삶을 철저히 짓밟아도 되느냐”고 눈물을 글썽였다.
그러나 회사측은 복직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91년 입사한 김씨는 노조일을 보면서 이미 2차례나 상사지시 불이행과 폭언등으로 회사로부터 징계를 당한 적이 있고 돌출행동이 잦았던 만큼 더이상 고용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사과장 장윤종씨는 “노동위원회로부터 복직시키라는 결정을 받았지만 김씨를 재고용할 경우 직장근무분위기를 해칠수 있다”며 “복직불가 입장은 변함이 없으며 행정소송에서도 질경우 대법원까지 소송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