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권선구 대황교동에서 화성시 태안읍 진전리에 이르는 4㎞의 비상
활주로는 무제한의 속도를 자랑하는 경기도의 '아우토반'이다.
 수원에서 화성시를 거쳐 오산~평택으로 연결되는 1번국도인 비상활주로
는 전시(戰時) 전투기 비상착륙을 목적으로 건설된 폭 45m 왕복 8차선 규모
의 미끈한 도로다.
 신호등이나 중앙분리대 하나 없는 이 도로에 들어선 운전자라면 누구나
액셀러레이터를 끝까지 밟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이때문에 한번 사고가 발
생하면 여지 없이 대형사고로 연결된다.
 ▲죽음의 도로=실제로 이 도로에서는 지난 98년부터 99년까지 무단횡단
과 중앙선 침범사고로 2년간 18명이 죽고 160여명이 부상을 당해 단일지점
으로는 도내 최다 사망사고를 기록했다.
 또한 지난해와 올해 40여건의 교통사고가 발생, 120여명이 부상을 당했으
며 일단 사고가 나면 피해액이 평균 300만원대에 이르는 대형사고가 발생하
고 있다.
 여기에다 도로 주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마을사람들이 육교 하나없는
도로를 무단횡단해 종종 인사사고까지 일어나고 있다.
 비상활주로는 비행기 이착륙에 이용돼 가로등이나 신호등을 설치할 수 없
는 군사용 도로다. 이때문에 쭉 뻗은 도로에서 야간에는 죽음을 무릅쓴 초
고속 레이스가 펼쳐진다.
 25일 새벽 2시 1번국도를 따라 수원시내를 지나 비상활주로에 들선 차량
들은 경주용 차량처럼 폭발음과 함께 질주를 시작했다.
 이들 차량 사이로 경기 30 ××××호 빨간색 스포츠카가 빠른 속도로 뛰
쳐나왔다. 바람처럼 질주해 2㎞지점에 다다라서는 시속 150㎞를 넘어서고
있었다.
 다른 차량들도 제한속도를 시속 80㎞로 규정하고 있는 표지판을 비웃듯
평균 시속 120㎞를 넘나들었다.
 특히 전구간이 중앙분리대가 없는 이 도로의 일부 구간은 중앙선이 휘어
져 있지만 야간 가로등하나 없는 도로를 질주하는 차량들에게 중앙선은 보
이지 않는다.
 이날도 미처 중앙선을 발견하지 못한 몇몇 차량들은 아슬아슬하게 중앙선
을 들락날락하며 곡예운전을 벌였다.
 이같은 폭주족 단속을 위해 수원남부경찰서와 화성경찰서가 지난 5월 군
사용 도로라는 특성때문에 설치할수 없었던 고정식 무인속도측정기 대신 이
동식 무인속도 측정기를 설치, 대대적인 단속을 벌여오고 있다.
 그러나 이동식 무인속도측정기도 주간에만 운영될뿐 심야에는 과속단속중
이라는 푯말만 덩그러니 놓여 스피드광들의 비웃음만 사고 있다.
 또한 음주운전자들의 무한질주는 더욱 심각한 문제다. 두달에 한번꼴로
이곳에서 음주운전단속을 벌이고 있는 수원남부서의 경우 1회 평균 10여명
의 운전자들이 음주운전으로 적발되고 있고 지난 10개월동안 남부서 관할
도로구역에서만 발생한 14건의 교통사고중 절반이 음주운전에 따른 사고로
밝혀졌다.
 ▲또다른 모습 =비상활주로는 야간과 새벽, 스피드광들의 무한질주 현장
으로 변하지만 출퇴근때는 시간당 3천여대의 차량이 몰리면서 극심한 교통
정체의 한 모습을 보여준다.
 폭 45m로 왕복 8차선 규모인 비상활주로가 각각 수원과 화성시 연결지점
에서는 왕복 4차선 도로로 줄어들면서 출퇴근시 차량정체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25일 오전 7시 30분께 수원시 권선구 대황교동 비상활주로.
 화성 방향으로 내려가려는 차량들이 수원시 권선동에서부터 화성 병점리
까지 꼬리에 꼬리를 물고 5㎞구간에서 거북이 걸음을 이어갔다.
 반면 화성에서 수원으로 진입하는 상행선 구간은 상대적으로 원활한 소통
을 보였지만 이같은 현상은 퇴근시에는 완전히 반대로 나타난다.
 회사원 김모(40·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씨는 “비상활주로는 야간에는 자
동차 경주장으로, 출퇴근시에는 교통정체현장으로 변하는 2가지 모습을 갖
고 있다”며 “출퇴근시에는 5㎞구간의 비상활주로를 빠져나가는데 20~30
분이 소요된다”고 말했다.
 경찰은 이같은 정체현상을 해결하기위해 운전자들이 왕복 8차선 규모의
비상활주로중 왕복 4차선만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지만 신호등 하나없는 도
로를 고속으로 빠져나온 차량들이 수원 비상활주로앞 교차로와 화성시 병점
지하차도에서 뒤엉켜 정체를 빚고 있다.
 이때문에 출퇴근시 교통정체를 피해 차량 두대가 충분히 통행할수 있는
폭 20m의 갓길을 이용하는 차량들이 급증하면서 갓길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27일 오전 9시20분께 화성에서 수원으로 향하는 비상활주
로 갓길에서 시내버스와 3t 화물트럭이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당시 이 사고로 버스운전사와 승객등 18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는 갓길
을 통해 빠른 속력으로 달려오던 버스가 앞서 갓길에 정차한 화물트럭을 미
쳐 피하지 못해 발생했다.
 특히 화성에서 수원으로 향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