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만에 양로원서 숨져
행촌지구 세입자는 목매 자살
집·사업장 잃고 이혼통보도
강제퇴거 금지법안 국회계류
가족의 보금자리를 강제철거하는 것에 항의하던 50대 장애인 가장이 숨지면서 한 가정까지 망가졌다. 한 사람의 보금자리를 강제로 철거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이 같은 비극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강제철거로 인한 인권침해나 가정 붕괴 등 추가 피해를 막기 위한 법안은 국회에 계류중이다. 이에 경인일보는 강제철거의 실태와 제도적 대안 등에 대해 2차례에 걸쳐 싣는다. ┃편집자 주
지난해 12월 인천시 서구 가정동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구역에서 강제 퇴거된 80대 할머니가 쫓겨난 지 보름 만에 양로원에서 숨졌다.
아들과 함께 사업구역 내 빌라에서 살던 김모(85) 할머니는 명도소송에 따라 강제집행을 당해 양로원으로 옮겨졌고, 결국 급성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2006년 3월 인천 만수3동 향촌재개발지구에서는 자신의 집이 강제철거를 당한 것을 비관한 40대 남성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향촌지구에서 혼자 세들어 살던 신모(49)씨는 강제철거된 다음날 빈 집에서 빨랫줄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인천지역에서 강제철거로 인한 비극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철거는 진행형이다.
인천도시공사는 최근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한 도화도시개발사업 구역에 남아있는 가옥 등에 대한 철거를 예고했다. 도화구역 내에서 아직 지내고 있는 주민 15명은 지난 4일 강제철거 계고장을 받았다. 지난달에는 공탁금을 찾아서 나가라는 내용의 공문을 인천도시공사로부터 받았다.
20~30년동안 카센터, 고물상, 화원 등을 운영하던 보금자리에 대한 보상은 80만~200만원 수준이다.
보상금이 수천만원이 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동안 밀린 임차료·과태료·벌금 등으로 압류된 것을 제외하면 실제 받아갈 수 있는 돈이 없는 사람도 있다.
이 곳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는 A(51)씨는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가정까지 깨졌다.
다른 철거민 9명과 함께 도화구역 내 고물상 안에서 살고 있는 A씨는 "살 곳과 사업장을 잃으면서 아내로부터 이혼 통보를 받고 가족이 해체됐다"며 "퇴로를 막아놓고 사람을 몰아가면 죽는 것 외에 방법이 없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전국철거민협의회 중앙회 김제동 국장은 "강제철거로 인한 피해자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전국 곳곳에서 여전히 인권을 무시한 철거가 이뤄지고 있다"며 "용산참사를 계기로 강제퇴거금지법안이 발의됐지만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최근 철거로 숨진 50대 장애인 가장과 같은 피해자가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현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