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자 형태 기형적인 市 구분
주소만 용인 생활권은 수원
교육·치안 공백 불편 떠안아
= 용인시 기흥구 영덕동 주민센터 직원들은 지난 6월 '관할지역'인 센트레빌 아파트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한동안 곤혹을 치렀다. 이사 후 전입신고를 하러 온 주민들로부터 "어떻게 여기가 용인일 수 있느냐"는 항의와 민원이 빗발쳤기 때문. ┃관련기사 3면
입주민 상당수가 주소지를 당연히 수원시로 여겨 인접한 영통1 주민센터를 찾았다가, 뒤늦게 용인시라는 사실을 알고 발걸음을 돌린 경우로 애꿎은 공무원들에게 분풀이를 해댔던 것이다.
주민들은 분양사와 인근의 부동산 등에서 제시한 '영통구 생활권'이라는 홍보물에 아무 의심없이 아파트 소재지를 수원 영통구로 생각했다. 스스로 꼼꼼히 살피지 못한 책임을 탓해봤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태였다.
센트레빌 아파트는 동쪽으로 영통지구 아파트단지와 서쪽과 남쪽은 영통구 영흥공원과 각각 맞닿아 삼면이 수원시에 둘러싸여 있다.
주소지인 용인시 지역이라곤 42번 국도와 연결되는 북쪽 아파트 단지 진출입로 방향뿐인 'U'자 형태의 행정경계로, 누가 봐도 수원시로 착각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위치도 참조
이로 인해 주민들은 입주 6개월여가 지난 현재까지 주소는 용인, 활동은 수원인 '이중생활'을 하고 있다.
아파트 창밖으로 보이는 모든 아파트가 수원 영통구지만, 정작 수원의 마을버스는 용인시 경계를 넘어설 수 없어 500여m 앞 도로를 무심히 지나쳐 버린다.
용인 마을버스는 고작 234세대 아파트 주민을 위해 단지쪽으로 들어오려 하지 않는다. 양쪽으로부터 모두 외면받는 '서자' 신세인 것이다.
주민들의 가장 큰 고통은 두말할 나위없이 교육문제다. 센트레빌에 거주하는 초등학생들은 도보로 불과 3분거리인 영통 황곡초등학교를 두고, 왕복 8차선 42번 국도 건너에 있는 30분거리의 용인 흥덕초등학교로 통학한다.
수원시, 용인시와 양 지역 교육지원청이 줄곧 통학권 보장을 위한 협의를 벌이고 있지만, 아직 해결책을 찾지 못한 상태다.
치안 역시 인접한 수원남부경찰서 대신 수십㎞ 떨어진 용인동부경찰서 관할이다.
■ 외면받는 무인도 화성 반정동
= 화성시 반정동 30의 1 일대 25만8천여㎡ 부지는 '제2의 센트레빌'을 목전에 두고 있다. 주소지는 분명 화성이지만, 수원시 지역을 긴 막대기 모양으로 치고 들어간 우스꽝스러운 행정경계로 인해 삼면이 수원시 권선구 곡반정동, 영통구 망포동·신동에 둘러싸여 있다.
지금은 주변지역이 모두 집단화된 농경지여서 아직 골치 아픈 민원도, 시끄러운 집회도 눈에 띄지 않지만 내년 말 이후에는 사정이 달라진다.
이 일대 부지가 일부 포함된 수원 신동지구의 개발사업이 2014년 말 완료되면 1천330세대의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고, 단독주택도 모두 630세대가 들어설 예정이기 때문이다. 단독주택 중 243세대는 화성시 반정동 땅이다.
당초 수원시는 신동지구 개발사업을 진행하면서 수원쪽으로 불쑥 들어온 화성시 관할 부지 전체를 놓고 수차례 경계조정 협의를 요청했다. 그러나 화성시는 별도의 자체 개발계획이 있다며 거부, 결국 4만3천여㎡ 부지만 신동지구에 편입됐다.
이로 인해 신동지구내 화성 반정동 지역 입주자들은 말 그대로 수원 속의 '화성인'이 될 처지다. 초등학생들의 통학 문제는 수원시의 예산 투입으로 간신히 해결책을 찾았다지만 행정, 치안 등의 문제는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수원시는 이 일대 화성시 땅을 포함한 종합적 개발계획을 그리고 있지만 화성시는 요지부동이다. 이 때문에 화성지역 땅 소유주들은 개발 가능성이 전무한 땅을 깔고앉아 코앞 수원지역의 눈부신 개발 광경을 지켜봐야 하고, 수원시는 이 일대 개발계획에 번번이 제동이 걸리고 있다.
향후 두 지자체가 행정구역 조정에 대한 구체적 논의 없이 제각각 개발사업을 진행할 경우 최악의 '거버맨더링'이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침묵의 화약고인 것이다.
/김대현·이경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