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로라 공주' 떡대 견주 최승열 소장 "촬영 끝나면 생닭·생소고기로 몸보신"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 방송 캡처
'오로라 공주' 떡대가 방송가 견공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다.

견공들의 TV 진출은 예능·교양 프로그램에만 머물지 않고 드라마에서 어엿한 주연급 배우로 자리 잡고있다.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에서 주인공 오로라(전소민 분)의 애견으로 등장하는 떡대(본명 통키·3). 세 살배기 알래스카 말라뮤트 수컷이 그 주인공이다.

10명에 달하는 출연진이 하차했지만 떡대는 여전히 건재하다. 오죽하면 '오로라 공주의 최후 생존자는 떡대 뿐'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

그는 극 중 단순한 '소품'을 넘어 오로라와의 교감을 통해 등장인물의 심리를 간접적으로 대변한다.

지난 6월에는 말풍선 CG로 그의 생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장면까지 등장했다.

떡대의 견주인 최승열(46) 코리아경찰견훈련소장은 "이제 떡대가 본명이 돼 버렸다"며 "산책을 나가면 주민들이 알아볼 정도다. 극 중 분량이 많을 때는 전체의 ⅓ 정도까지 등장해 주인공을 능가할 때도 있다"고 인기를 소개했다.

떡대의 출연료는 일 50만원 선. 일주일에 평균 2-3회 촬영이 있지만, 촬영이 몰릴 때는 1개월에 1천만원 가까운 출연료를 올린다.

촬영지인 일산 MBC드림센터 내에 어엿한 전용 대기실도 있으며, 빼어난 '연기력'을 인정받아 리허설을 생략하는 특권도 얻었다.

'오로라 공주'에서 훈련이 된 개가 있어야 한다는 말에 떡대는 임성한 작가 앞에서 직접 '오디션'을 치렀고, 몇 가지 테스트를 거친 뒤 즉석에서 '오케이' 사인을 받아냈다.

떡대의 연기 과정은 일반 배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본에는 '꼬리를 흔든다', '짖는다', '주인을 반긴다' 같이 사람과 똑같은 방식으로 역할이 적혀 있다. 최 소장이 이를 확인하고 몇 차례 연습을 거친 뒤 카메라뒤에서 지시하는 방식으로 촬영이 이뤄진다.

최 소장은 "떡대도 어엿한 하나의 배우로 들어간다"며 "아침 10시에 현장에 도착해 늦으면 새벽 3-4시까지 촬영을 하지만 단 한 번도 스튜디오에서 소변을 보는 등 돌발상황을 일으킨 적이 없다. '큐'·'오케이' 같은 사인을 알아듣고, 1-2시간 정도는 거뜬히 기다린다"고 말했다.

촬영에서의 난관은 의외의 지점에 있다. 스튜디오 바닥이 미끄러워 떡대가 종종 미끄러진다는 것. 극 중 그가 '넙죽' 엎드려 있는 장면이 많은 것은 이 때문이다.

최 소장은 "촬영이 끝나면 꼭 생닭이나 생소고기로 몸보신을 한다"고 덧붙였다.

떡대가 사람도 고된 드라마 촬영을 너끈히 해낼 수 있는 까닭은 25년 베테랑인최 소장 아래서 2년여에 걸쳐 꾸준한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는 우리나라 평균 훈련 과정에 비하면 상당히 긴 기간이다.

최 소장은 "개를 교육하는 사람으로 떡대가 많은 사랑을 받아 감사하다"며 "애견가들은 대부분 사람의 입장에서 짧은 기간에 훈련하려는 경향이 있다. 개를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