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오후 인천시 동구 배다리 헌책방거리 아벨서점의 '아벨전시관' 2층 다락방에서 열린 제70회 배다리 시낭송회. /임순석기자
■배다리 헌책방 '詩낭송회'

박서혜 시인 초청 강연
참석자 직접 시 읽고 나눠
"마음 편해지는 힐링공간"

■중구 '한국근대문학관'

계몽기~해방기까지 한눈에
인천 배출 문인·작품코너도
두달동안 6천명 발길 '호응'

■ 70회 맞은 헌책방의 시(詩) 낭송회


지난달 30일 오후 2시 인천시 동구 배다리에 있는 헌책방 아벨서점의 '아벨 전시관'. 이 전시관 2층 다락방에서 제70회 시 낭송회가 열렸다.

흰머리가 많거나 중절모를 쓴 어른부터 앳된 얼굴의 여고생까지. 30여명이 좁은 다락방을 가득 채웠다. 시를 공부하고 있다는 한 청년도 뒷자리에 앉았다.

아벨서점은 70회를 맞아 박서혜 시인을 초청했다. 그녀는 1982년 '현대시학'으로 등단해 '성균문학상' '인천문학상' '인천시문화상 문학 부문' 등을 수상했다. 시집으로는 '울창한 숲이 묻는다'(1989년), '입술'(1993년), '하늘의 집'(1997년), '하늘 어귀'(2003년), '마니산 자락'(2011년) 등이 있다.

이 시 낭송회는 여느 자리와는 달리 특별한 점이 있다. 시인이 자신의 시를 낭송하는 것이 아니라, 참석자들이 한 명씩 돌아가면서 시를 낭송하는 것이다. 참석자들이 주인공인 셈이다.

저명 인사가 일방적으로, 주입식으로 이야기하는 강연 방식과 다르다. 참석자들은 미리 정한 순서에 맞춰 시를 낭송하기 시작했다. 시를 읽은 뒤에는 그 시를 낭송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박서혜씨는 "이런 공간이 인천에 있다는 것, 이곳에서 열리는 행사에 초대받았다는 것이 영광"이라고 말했다. 또 낭송회 진행 방식에 대해 "시인이 무엇을 쓰려고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읽는 사람 각자의 시가 되는 것이 가장 좋다"고 말했다.

사회자인 인일여고 교사 신은주씨가 아벨서점 곽현숙 대표에게 '70회 맞은 소감'을 물었다.

곽 대표는 "시 낭송회는 책을 쓴 분들에 대한 인사"라며 "구석구석에서 찾을 것을 찾아다니는 독자들이 저자를 만들 수 있도록 연출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한 권의 시집으로 여러 사람의 가슴을 여는 잔치가 소원이었다"고 덧붙였다.

시 낭송회가 끝난 뒤 다과회가 열렸다. 호박죽, 귤, 감, 사과, 과자가 한 상 차려졌다. 곽 대표는 책을 팔아 번 돈을 시 낭송회 운영비로 쓰고 있다. 뜻을 같이 하는 참석자들이 자발적으로 다과회 음식을 준비하기도 한다.

시 낭송회에 참석한 인일여고 윤라나(2학년) 학생은 "이번이 두 번째다. 여기에 오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같아 좋다"고 말했다. 주부 김영신씨는 "몇 년 전부터 시 낭송회에 오고 있는데, 최근에 몇 번 빠져 너무 오고 싶었다"며 "시 낭송회를 짝사랑하고 있는 것 같다. 힐링의 공간이다"고 말했다. 이달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릴 '송년 특집' 시 낭송회는 참석자들이 애송시나 자작시를 낭송하는 시간으로 꾸며진다.

▲ 개관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은 지난달 30일 오후 인천시 중구 한국근대문학관을 찾아 전시물을 관람하는 관람객들. /임순석기자
■ 인천의 새 문화 인프라, 한국근대문학관

한국근대문학관은 개관한 지 두 달이 조금 넘었다. 개관일인 9월 27일부터 지난달 말일까지 2개월 동안 문학관을 찾은 사람은 6천명 가까이나 된다.

인천시민은 물론 전국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그동안 서울대, 숭실대, 이화여대, 중앙대 등 문학을 공부하는 대학생들은 물론이고, 전국의 교사와 독서 모임 회원들이 찾았다. 특히 문화체육관광부와 같은 정부 부처 관계자들 그리고 김해시, 통영시 자치단체 공무원들도 다녀갔다.

이현식 한국근대문학관장은 "관람객들의 평가는 매우 좋다"며 "재미있고 특색있는 전시 구성, 건물 자체에 관심을 갖는 분도 많다"고 말했다.

한국근대문학관은 근대계몽기(1894~1910)에서 해방기(1945~48)까지 한국근대문학의 형성과 역사적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인천이 배출한 근대 문인과 인천을 배경으로 한 근대문학 작품을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돼 있다.

이 문학관은 아트플랫폼처럼 일제강점기 창고 건물을 활용한 것으로, 전통적인 한옥과 서구식 건축 양식이 결합된 건물이라고 한다.

지난달 30일 문학관 기획전시실에서는 '문학관에서 큐레이터가 되어 보자!'라는 주제의 전시회가 열렸다.

광성고와 인일여고 학생들이 토요문화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발표하는 행사였다. 한국근대문학관은 '토요문화학교'와 '세계문학특강' 등 교육 프로그램, 문인과 연구자를 위한 포럼·심포지엄도 열고 있다.

문학관 상설전시장 2층에는 관람 소감이 적힌 엽서가 걸려 있다. '인천이 낳은 대표적인 문인이 되어서 다시 돌아올게요' '한때의 문학에 대한 열정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기분입니다' '서울에서 왔습니다. 지난 세월을 돌아보게 하네요' '문학도의 꿈을 키우던 46년생입니다. 많은 감명과 기쁜 마음을 안고 다시 미국으로 돌아갑니다'….

/목동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