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덕원 대우아파트1·2단지
17개동 안양 - 4개동 의왕
쓰레기봉투 가격까지 달라


안양 인덕원 대우아파트 1단지와 2단지 주민들은 한 동네에 사는 다른 도시 이웃이다.

단지내 도로를 수시로 넘나들며 산책도 하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아이 친구의 부모들과 집을 오가며 함께 밥도 먹고 차도 마시는 더없이 가까운 이웃들이지만, '행정적'으로는 완전히 남남이다.

101동에서 117동까지 17개 동으로 구성된 1단지는 안양시, 201동부터 204동까지 4개 동인 2단지는 의왕시로 행정구역이 나뉜 이 '한 동네 먼 이웃'은 1998년 대우건설이 안양시 평촌동과 의왕시 내손동에 걸쳐 있는 7만여㎡ 부지에 2천540세대 규모의 아파트를 건설한 게 단초가 됐다.
관련기사 3면, 위치도·표 참조

현재 두 단지를 구분하는 경계라고는 폭 4m에 불과한 단지내 도로 하나뿐이지만, 이 도로를 기준으로 각각 안양시민, 의왕시민으로 '주민증'이 갈린 1·2단지 주민들의 삶은 천양지차다.

지난 8월 1단지 안양 입주민들에게 부과된 주민세(균등분)는 5천원으로, 2단지 의왕 주민들의 3천850원보다 무려 30%나 많다. 각 지자체가 1만원을 넘지 않는 범위내에서 주민세(균등분)를 제각각 조례로 정하다 보니 나타난 현상이다.

출산 장려를 위해 지급되는 출산지원금도 판이하다. 둘째 아이를 낳았을 때 1단지 안양 주민들은 한 푼의 지원금도 받지 못하지만 2단지 의왕 주민들은 50만원을 지원받는다.

안양시는 셋째 아이부터 한 아이당 100만원을 지원하고 있는 반면, 의왕시는 둘째 아이 50만원, 셋째 아이 이상부터는 1명당 100만원씩을 출산지원금으로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쓰레기 종량제 봉투값도 마찬가지다. 1단지 주민들은 100ℓ용량 봉투 1장을 2천800원에 사야 하지만, 2단지 주민들은 2천220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50ℓ 봉투 역시 1천400원, 1천110원으로 다르다. 길 하나를 경계로 안양시민이냐, 의왕시민이냐에 따라 26%나 차이가 나는 것이다

분명 같은 아파트 주민이지만, 두 단지 주민들은 진출입로를 따로 쓴다. 1·2단지가 각각 다른 행정기관에서 건축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인근 삼성래미안아파트는 대우아파트의 축소판. 101~105동(570세대·입주민 1천870명)의 행정구역은 안양 평촌이고, 나머지 106동 1개 동(91세대·입주민 275명)만 의왕 내손2동이다. 삼성래미안아파트 울타리안에서 106동은 이방인이자 타지인인 셈이다.

의왕시쪽 주민들이 이처럼 압도적으로 유리한 혜택을 받고 있는데도 정작 두 아파트의 의왕지역 주민들은 입주가 시작된 2001년 이후 줄곧 안양시로의 편입을 요구하고 있다.

생활권 전반이 안양 평촌에 치우쳐 있는 데다, 토지 공시지가도 안양 평촌이 4.3%(지난 1월 기준) 높기 때문이다.

평촌신도시 주민이라는 '정서'도 작용한다. 두 아파트의 의왕지역 주민들은 "10년 넘도록 안양시로의 편입을 요구하고 있지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며 "그냥 스스로를 '평촌 사람'으로 여기며 위안을 삼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의중이 표출된 것일까. 의왕 내손2동에 위치한 대우아파트 2단지 정문의 표지석은 지금도 안양 '인덕원 대우 푸르지오'다.

/김민욱·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