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단지 주민, 생활권인 안양 대신 의왕 시장·시의원 뽑아
평촌 래미안아파트도 2개 행정구역 '대우아파트 축소판'
건설당시부터 행정경계 협의 없이 '따로따로' 허가·준공


한 아파트가 2개 행정구역으로 나뉜 '한 동네 먼 이웃'은 어떻게 생겨난 걸까.

행정구역이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인 인덕원 대우아파트 1단지 부지 대부분은 원래 동일방직(주) 공장터였다.

1단지 면적 5만6천902㎡의 90%인 5만1천360㎡에 1997년 7월까지 동일방직(주) 공장이 들어서 있었다. 동일방직(주)가 안산 반월공장을 설립한 후 같은 해 12월 부지를 대우직장주택조합에 매각한 것이다.

동일방직(주)는 또 공장폐업 두 달 뒤인 1997년 9월 현 2단지인 내손2동 523 옛 대원제지 부지 1만3천14㎡를 사들인 후 이를 3개월여 만에 의왕대우제1지역주택조합에 되판다.

동일방직으로부터 땅을 구입한 대우직장주택조합과 의왕대우제1지역주택조합은 이후 각각 안양시(1998년 2월 4일)와 의왕시(1998년 2월 12일)로부터 인덕원 대우아파트의 건축허가를 받았다.

이후 3년2개월여 뒤인 2001년 4월 두 단지는 안양시와 의왕시에서 각각 준공됐고 입주가 시작됐다. 한 아파트가 두 개 행정구역으로 나뉜 거버맨더링의 탄생이다.

일부 주민들은 "(동일방직이)당시 시세차익을 얻기 위해 문 닫은 공장 인근의 땅(현 대우아파트 2단지 부지)을 사들여 되판 것"이라며 "결론적으로 기업의 투기행위가 시 경계를 넘나드는 기형 아파트의 탄생을 초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인근 평촌 삼성래미안아파트도 사업자인 평촌제1지역주택조합이 개인으로부터 사들인 현 아파트 부지의 일부(1천306㎡)를 1997년 의왕지역주택조합에 매각하면서 건설돼 오늘에 이르렀다. 탄생 과정도, 그 부작용도 판박이로 닮은 꼴인 셈이다.

▲ 안양과 의왕의 행정구역 경계가 지나는 안양 평촌 삼성 래미안아파트는 101~105동의 행정구역은 안양 평촌이고 나머지 106동 1개 동은 의왕 내손2동에 속해있어 해당 주민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위치도 참조 /임열수기자
■ 생활권과 행정구역의 불일치

=인덕원 대우아파트 2단지(438세대·1천373명)의 행정구역은 의왕시 내손2동.

이 때문에 전입신고 등 각종 민원업무를 처리하려면 눈앞의 평촌동 주민자치센터를 두고 왕복 4차로 등 대로 2개를 건너 내손2동 주민자치센터를 가야 한다.

201동의 경우 단지내 도로를 따라 570여m를 걸으면 평촌동 주민자치센터에 도착할 수 있지만, 내손2동 주민자치센터를 이용해야 하는 것이다.

가정에서 각종 민원서류의 발급·신청이 가능한 전자민원 서비스가 익숙하지 않고 자가 운전을 하지 않는 노인들의 경우 교통사고 위험에 늘 노출돼 있다.

특히 실제 생활과 밀접한 일꾼을 뽑는 지방선거에서 혼란은 더욱 가중된다. 생활권을 고려하면 안양시장을 선출해야 하지만, 주민들은 의지와 상관없이 의왕시장에 한 표를 행사한다.

또 아무리 안양시의원 사선거구 후보들의 공약이 피부에 와 닿아도, 별 관심도 없는 의왕시의원(나선거구)을 선출해야 한다.

단지 옆 안양 벌말초등학교 투표소 대신 20분가량 걸어야 하는 내손초등학교 투표소를 이용하는 번거로움은 덤이다.

양 단지의 매매가는 현재 별 차이가 없지만 지난 1월 기준 개별공시지가의 경우 안양에 속한 1단지는 3.3㎡당 871만2천원이고, 의왕 경계에 포함된 2단지는 3.3㎡당 834만9천원으로 4% 차이가 난다.

'의왕시민'으로서의 서러움을 10년 넘게 감내하고 있기는 인근 삼성래미안아파트 106동(91세대·275명)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 '한 울타리 두 가족' 언제까지

=입주 10년이 넘었지만 행정경계 조정은 아직도 요원하기만 하다. 경계조정이 어느 한쪽 지자체의 인구와 면적, 세수입 감소 등으로 이어지다 보니 '떼 준 만큼 받아야'만 '딜'이 성립된다.

지난 2001년 10월 안양시는 "이들 아파트단지의 대부분이 안양시에 속해 있고 입주민들이 안양시로의 편입을 희망하고 있다"며 '흡수통합'을 주장했지만, 의왕시는 "면적과 인구, 지방세 수익 등이 많은 '부자' 안양시가 양보해야 한다"고 맞섰다.

그리고 12년이 지난 지금 두 지자체의 입장은 요지부동이고, 아파트 단지를 둘로 나눈 '선(線)' 역시 여전히 그대로이다.

/김민욱·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