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술을 꼽으라면 대답하기 쉽지 않다. 1907년 일제의 주세령 공포 이전까지 전국에는 360개가 넘는 술이 존재했고, 옛 문헌 기록을 따져보면 전통술의 종류는 1천여종이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중을 대표하는 술이 무엇이냐는 질문에는 하나같이 입을 모은다. '막걸리'다.
한때 '막걸리는 포천'이라는 말이 돌았다. 현재까지 조사된 바로 포천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대규모 부대가 주둔하게 되며 1950년대부터 이동막걸리를 필두로 일동막걸리, 내촌막걸리, 포천막걸리 등을 중심으로 대규모 군납이 오랫동안 이뤄져 왔다. 그리고 이것이 포천막걸리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일반 소비자들 특히 50대 이상으로 포천에서 군생활을 경험한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포천막걸리가 이름을 얻게 된 경위를 좀 더 살펴보면 포천은 산이 높고 깊다. 태백산맥에서 갈라져 나온 광주산맥이 포천에 이르러 1천m 안팎의 광덕산, 백운산, 국망봉, 강씨봉, 청계산, 운악산을 빚어 놓았다.
이 산봉우리들 때문에 포천으로 들어오는 물은 없고, 포천에서 나가는 물만 있다고 한다. 물이 더럽혀질 여지가 적다는 의미다. 게다가 공기까지 맑으니, 술맛을 결정짓는 좋은 물과 맑은 공기의 고장으로 천혜의 자연조건을 고루 갖춘 지역이라 할 수 있다.
1950~60년대 포천은 훈련을 받기 위해서 많은 장병들이 거쳐간 곳이다. 고된 훈련끝에 막걸리 한 사발은 얼마나 달콤했겠는가? 군복무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간 사람들이 그 시절을 회상할 때면 막걸리 얘기를 빼놓지 않는다. 그렇게 회자되면서 포천막걸리가 유명해졌고 1995년 살균막걸리의 판매 규제가 해제되면서 포천막걸리는 다른 지역의 막걸리보다도 앞서 서울과 전국 시장을 공략해 인지도를 더욱 넓혀 나갔다. 포천막걸리는 (주)이동주조를 중심으로 일본을 시작으로 미국, 중국 등지로 수출 영역을 확대하며 우리나라에 막걸리 중흥기가 오기까지 막걸리산업의 또 다른 부흥을 선도하며 대한민국 제1의 인지도를 자랑하게 됐다.
포천막걸리와 함께 성장한 대한민국 막걸리 시장이 2008년 이후 사회 전반에 불어온 웰빙바람과 소비자의 막걸리에 대한 수요변화(특히 젊은 세대), 정부 및 지자체의 우리술 육성정책에 따라 크게 성장해 왔으나, 2012년 9월 이후 막걸리 소비트렌드가 정체 내지 감소로 돌아서며 지속적인 감소추세를 보이는 가운데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대한민국 막걸리산업의 도약을 위해 다시 한 번 포천막걸리가 부활해야 할 시기이다.
미래학의 최고 석학 롤프옌센은 전 세계가 IT사업 열풍에 휩싸였던 1990년대 후반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를 통해 앞으로는 흥미있는 이야기가 담긴 감성적 관광상품 개발이 관건이 된다고 암시했다. 바야흐로 이제 상품은 기능보다 감성이 결합돼야 하는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좋은 물과 맑은 공기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통해 만들어낸 '맛좋은 포천막걸리'의 1차 도약, 국내 막걸리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어 막걸리 세계화를 주도한 '질좋은 포천막걸리'의 2차 도약으로 대한민국 막걸리 산업의 현재를 이끌었고, 1950~60년대 군시절 젊음의 꿈과 추억으로 만든 스토리를 담은 '감성코드 포천막걸리'를 통한 3차 도약으로 막걸리의 새로운 장을 열어 나갈 포천막걸리!
대한민국 국민의 꿈과 추억으로 성장한 포천막걸리가 꿈과 추억을 담은 감성상품으로 거듭나고, 나아가 세계인의 꿈과 추억을 파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포천막걸리를 사랑하는 많은 사람들의 변함없는 관심과 성원을 기대한다.
/서장원 포천시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