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의 신용카드 사용 생활화를 부르짖고 있는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말따로 행동따로"의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영수증 복권제를 도입하는 등 다양한 유인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정작 지방자치단체나 공공기관에서는 현금만 받고 있기 때문이다.
2일 경기도에 따르면 도내 31개 시·군 가운데 신용카드로 지방세를 납부할 수 있는 지자체는 19곳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중에서도 13개 시·군은 체납세납부시에만 신용카드 사용이 가능하다. 납세의무를 철저히 지킨 시민보다 오히려 이를 등한시한 시민에게 '분할 납부"의 혜택이 주어진 꼴이다.
수원시 등 12개 시·군은 3% 안팎의 카드 수수료가 부담스럽다며 이마저 시행하지 않고 있다.
공공의료기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도내 39개 보건소와 경기도 모자보건센터에서도 신용카드로 진료비나 검사비, 예방접종비 등을 납부할 수 없다.
보건소는 진료비가 워낙 소액이라며 신용카드 사용에 난색을 표하고 있고, 모자보건센터는 아직까지 준비가 되지 않았다며 향후 도입의사를 밝혔다.
경기도 문화예술회관이나 수원 청소년문화센터 등 공공기관의 문화강좌도 현금으로만 접수가 가능한데다 문예회관에서 공연티켓을 예매해도 신용카드 결제는 되지 않는다.
이밖에 수원종합운동장의 체육관 등 공공기관의 시설을 임대하기 위해서는 용도와 시간에 따라 4만원에서 최고 40만원까지 지불해야 하지만 이곳에서도 신용카드는 외면받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납세편의를 위해 신용카드를 도입하는 지자체에 대해서는 세정종합평가시 가산점을 줄 방침”이라며 “올해 안에 모든 지자체에서 신용카드 납부가 가능하도록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주부교실 경기도지부 김순천 사무국장은 “민간에게는 신용카드 사용을 권장하면서 막상 공공기관은 수수료가 많다며 이를 꺼리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공공기관에서 신용카드 사용이 정착되면 세도(稅盜)사건과 같은 부정부패도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