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흥시와 인천광역시 경계를 가로지르는 하천인 신천의 중류 부분이 경기도와 인천시가 분리된 이후에도 경계가 재조정되지 않은채 수십년동안 두 지자체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주인 없는 땅으로 방치돼 왔다. 사진은 무관심속에 하천 오염과 악취 민원이 끊이질 않는 시흥시 방산동과 인천시 운연동의 경계에 놓인 신천 중류구간. /임열수기자
시흥·인천 사이 지나가는 '신천'
일부지역 양쪽市 모두 해당안돼
쓰레기투기·무허가 축사만 난무
수십년간 처벌없이 치외법권 방치


시흥시와 인천광역시 경계를 가로지르는 하천인 신천(총길이 5.5㎞)에는 거대한 '도마뱀' 한 마리가 살고 있다.

길이만 875m, 면적 4만5천여㎡에 달하는 이 도마뱀을 시흥시와 인천시가 처음 '발견'한 것은 지난 2010년.

이 곳에서 심한 악취가 풍겨온다는 인근 주민들의 성화에 문제 해결차 나선 두 지자체는 그제서야 이 도마뱀의 주인이 없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도마뱀의 정체는 시흥시 방산동과 인천시 운연동의 경계에 놓인 신천 중류구간과 그 일대 부지. 신천의 상류구간 일대는 지난 1954년에, 간척사업후 새로 생긴 하류구간 일대는 지난 1980년에 각각 시흥시 관할구역이 됐지만, 허리격인 하천 중류와 주변 땅은 지금껏 시흥시와 인천시 어디에도 속하지 않은 '주인 없는 땅'으로 방치돼 왔다. 두 지자체가 관심도, 쓸모도 없는 이 땅을 서로 수십년동안 내팽개쳐버렸던 것이다.

관리주체가 없는 땅인만큼 이곳에서는 쓰레기 투기 등 불법 행위를 저질러도 아무런 행정처분을 받지 않는다. 일종의 치외법권 지대인 셈이다.

실제로 이곳에는 오염방지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무허가 축사가 십수년째 자리잡고 있지만, 시흥시와 인천시 남동구 모두 행정처분 권한이 없어 속수무책이다.

매달 수질검사가 실시되는 상·하류구간과 달리 이곳 중류구간은 별도의 수질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하천에 떠다니는 부유물과 각종 쓰레기는 시흥시가 봉사활동 등을 통해 종종 제거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하천부지내 인도 역시 흙길로 방치돼 비가 온 직후에는 흡사 늪지대처럼 변해 지나다니는 이들의 발목을 잡는다. '탁상행정', '무사안일 행정'이 손을 대고 싶어도 댈 수 없는 괴물을 만들어낸 것이다.

하천을 두고 골머리를 앓기는 구리시와 남양주시도 마찬가지다.

과거 왕숙천(37.34㎞)을 기준으로 왼쪽은 구리시, 오른쪽은 남양주시로 행정구역이 나뉘어졌었지만 지난 1993년 구불구불했던 왕숙천의 물길이 직강공사로 재정비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남양주 일부 지역이 하천 왼편으로, 구리시 일부가 오른편으로 옮겨진 채 20년간 혼선을 거듭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인해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은 구리시 인창동에 주소를 두고 있지만, 어이없게도 주차장 상당부분은 남양주시 도농동이다.

당초 왕숙천 오른쪽에 있던 주차장 부지가 직강공사후 왼쪽이 됐고, 4년후인 1997년 시장이 들어서면서 이 땅을 구리시가 활용하게 된 것이다.

당시 두 지자체간 협의에 따라 이곳 주차장 부지는 주소만 남양주시일뿐 모든 행정·치안관리는 구리시에서 맡고 있다. 시장을 찾는 사람들은 남양주시에 차를 세우고 구리시에서 과일을 사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다.

구리타워와 주민편익시설 등이 함께 조성돼 있는 구리시 수택동 자원회수시설도 같은 이유로 축구장 등 일부 시설이 남양주시 수석동에 포함돼 있다.

물길이 두 지자체 사이를 갈라놓기는 인공하천도 매한가지다.

한강과 서해를 연결하는 운하인 경인아라뱃길이 김포시 전호리를 관통해 마을이 두동강나는 형국이 되자, 김포시와 서울시 강서구는 물길을 기준으로 지자체간 경계를 조정하는 문제를 두고 협의를 거듭하고 있다.

강물은 쉼없이 흐르지만, 이를 조금이라도 더 유리하게 쪼개기 위한 지역간 갈등은 제자리걸음만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래·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