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종주국 위상 위협
중국시장 진출 확대 전략 시급
간혹 학교식중독 주원인된 김치
아이들 안심하고 먹을 수 있게
안전한 '천년의 우리맛' 지켜야
바야흐로 김장의 계절이다. 각 지역 사회단체에서도 소외계층과 불우한 이웃에게 전달할 김장 나눔 행사가 한창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김치 담그는 비용을 지수화 한 '김치지수'를 올해 처음 도입하여 발표했다. 김장철만 놓고 보면 2013년 11월 김치지수는 1천991.3(기준 100) 로 2009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 올해 김장하는 가정이 늘어날 것 같다. 김장을 담그는 가정의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여도 겨울을 맞이하며 김장 이야기가 빠질 수는 없다. 지난 10월 23일 문화재청은 '김치와 김장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가 유네스코 심사기구로부터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권고'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동 심사기구는 "가족의 일상 속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전해져 내려 온 김장은 한국인들이 이웃과 나눔의 정을 실천할 수 있도록 하며, 결속을 촉진하고 한국인들에게 정체성과 소속감을 제공하는 유산"으로 "자연재료를 창의적으로 이용하는 식습관을 가진 국내외 다양한 공동체들 간의 대화를 촉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얼마나 적확한 평가인가. 김치의 문화적 가치를 인정받고 세계적 인지도를 다시 한 번 제고할 수 있는 기회이다. 최근 국내 무역관련 단체의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들이 한국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김치'라고 하니 브랜드 가치 등 여러 면에서 김치를 대체할 만한 다른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상품을 단시일 내에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천년이 넘는 역사를 함께 해 온 우리 삶의 일부인 김치와 김장문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져 가고 있다. 작년 한 식품대기업 조사결과에 따르면, 김장을 담그지 않겠다는 가구가 반이 넘었다고 한다. 최근 각 가정의 세대 구성원 수 감소와 인터넷 사용인구 증가 등 사회 환경 변화가 김치 소비패턴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가정용 상품김치 시장은 전년 대비 6% 성장이 예상되는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와 함께 소용량 제품의 판매와 홈쇼핑과 인터넷 매출이 크게 증가하는 등 온라인 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상품김치 시장과 별개로 간편한 절임배추를 찾는 인구가 늘어나 절임배추 시장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 식품산업으로서의 김치산업과 세계화는 밝지 않다. 식생활의 서구화와 외식 소비의 증가 등 식품환경의 변화에 따라 1인당 연간 소비량도 1991년 35㎏에서 2010년 27㎏으로 감소하였다. 또한 중국산 김치의 시장 점유율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우리 김치의 수출은 전체 80%를 차지하고 있는 일본 수출이 여의치 않아 3년 연속 1억달러 달성에 적신호가 켜져 있는 상태이다. 문제는 김치 종주국의 위상을 위협하고 있는 중국 김치이다. 지난해부터 중국으로 수출은 전무한 반면 수입되는 김치의 전량이 중국산이다. 김치의 향후 주요 수출시장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은 중국시장의 진출과 시장 확대를 위한 국가적 차원의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김치산업을 전후방 산업을 고려한 복합 산업으로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주로 배추김치로 형성된 국내 김치 생산만 2조3천억원에 이르고 있다. 김치에 들어가는 수많은 농수산물 등 재료들에 관련된 산업의 생산액도 3조3천억원에 이르고, 생산·유통, 포장 및 김치냉장고, 문화·관광, 외식 등 연관 산업을 고려하면 다양한 분야로의 확대가 가능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에 앞서 우리 김치산업의 발전과 김치문화의 계승은 바로 우리의 아이들의 혀끝에 달려 있다. "눈은 간신이고 입은 충신이다"라는 말이 있다. 요즈음 간혹 학교 식중독의 주원인으로 김치가 지목되는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적어도 유치원이나 학교급식으로 제공되는 김치만큼은 아이들이 안심하고 맛있게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지난 2005년 10월 김치 기생충알 검출 사건을 계기로 추진된 배추김치의 안전관리인증기준(해썹·HACCP) 의무 적용시기가 1년여 앞으로 다가왔다. 모든 국내 생산 배추김치는 2014년 12월 1일까지 해썹을 의무적으로 인증받아야 한다. 대량 생산에는 항상 안전을 위협하는 요소가 상존하고 있는데 안전문제가 우리의 '천년의 맛'을 위협하여서는 안된다.
/전은숙 경인식약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