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시스템 유지 매몰된
권력과 쫓고 쫓기는 싸움
화려한 영상 이상의 의미


한국영화 사상 최단기간 1천만 관객을 돌파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괴물(2006년)'. 이 영화는 할리우드 재난영화에서 익숙하게 반복돼왔던 장르 관습을 뒤틀며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펼쳐냈다.

재난·괴수영화로서 '괴물'이 더 뛰어난 점은 재난의 스펙터클이 아닌 그 너머의 다른 것을 보도록 유도한다는 것이다.

이화진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는 3일 열린 인천시민인문학강좌에서 "영화 '괴물'은 평범을 밑도는 한강변 '박씨 가족'의 재난 이야기를 통해 재난 속에 피어난 연대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다"라고 말했다.

하루종일 한강변 매점에 앉아 컵라면을 먹는 게 일상인 주인공 박강두(송강호). 강두를 중심으로 종(縱)으로는 아버지(변희봉)와 딸 현서(고아성)가 있고, 횡(橫)으로는 백수 동생 남일(박해일)과 결정적 순간에 과녁을 맞히지 못하는 양궁선수 여동생 남주(배두나)가 있다.

어느날 한강에 기이한 생명체가 나타나 한가롭게 일상을 즐기고 있던 시민들이 순식간에 괴물에게 잡아먹히거나 혼란속에 죽음을 맞는다.

현서도 강두가 보는 앞에서 괴물에 잡혀가 어디론가 사라진다. 정부는 이 괴물을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숙주(host)라고 발표하며 괴물과 접촉이 있던 강두 가족들을 감금하고 외부와 차단시킨다. 강두는 "아직 살아있다"는 현서의 전화에 휴대전화 위치추적으로 괴물을 찾아내지만,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

이 교수는 "영화는 박씨 일가가 벌이는 괴물과의 사투를 정점에 두지만, 이들이 괴물과 부딪치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들을 바이러스 보균자나 범죄자, 탈주자 등과 마찬가지로 취급하는 공권력과 쫓고 쫓기는 싸움을 계속해야 했다"고 말했다.

▲ 3일 오후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열린 인천시민인문학강좌에서 이화진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교수가 '재난과 공동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제공
현서가 하수구 속에서 간절하게 구조를 희망하는 '경찰·병원·119·군대'는 실은 현서의 구조엔 관심이 없다. 오히려 거대한 시스템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현서를 구하기 위해 일탈하는 가족의 행로를 방해하는 장벽일 뿐이다.

이 교수는 "영화 오프닝은 미국의 잘못으로 인한 괴수의 탄생을 보여주고 있으나, 공권력은 이 괴물을 제거하는 것보다 시스템을 유지하는데 힘을 쏟는다"며 "박씨 일가는 괴물과 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으로 버텨 이겨내야 하는 것은 치안유지를 위한 공권력이다"라고 말했다.

아버지마저 괴물에 희생되고, 드디어 원효대교 북단에서 괴물과 맞닥뜨린 강두, 남일, 남주 삼남매. 화염병과 화살, 쇠파이프, 그리고 우연히 만난 노숙자의 석유통까지, 그들의 모든 분노가 괴물을 향해 시위를 당겼을때 괴물은 비로소 최후를 맞는다.

강두는 끝내 딸 현서를 구해내지 못했지만, 현서와 함께 괴물에 잡혔다가 구출된 아이 '세주'를 만나게 된다. 처음으로 의기투합했던 삼남매는 다시 흩어지고, 세주는 현서가 없는 자리를 대체한다.

이 교수는 "괴물을 쓰러트리는 이는 경찰도 군인도 아니고 노숙자, 실업자, 실패한 메달리스트, 그리고 한강변의 매점아저씨다"라며 "비록 현서(주인공 딸)를 구하진 못했지만, 작고 힘없는 낙오자들의 연대가 다른 생명을 구하고 새로운 가족을 만들 수 있었다. 이게 바로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다"라고 말했다.

다음 강좌는 오는 10일 오후 2시 인천시립박물관에서 박성수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연구원이 영화 '낮술'을 통해 '환상 너머의 몇가지 일들'이란 주제로 강의한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