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
새 정부 출범 이후 정치권에서 많이 등장하는 용어 중 '프레임'이라는 말이 있다. 뼈대나 골격을 의미하는 프레임이 정치에서는 정치를 관통하는 기본 구조를 의미하는 용어로 쓰인다.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종북' 프레임, '안보' 프레임, '대선불복' 프레임 등이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용어로서 '전쟁'이란 용어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예산' 전쟁, '입법' 전쟁 등이 그 예일 것이다. 정치의 정의가 갈등의 조정이고, 어느 학자의 말처럼 가치의 권위적 배분이라 할지라도 정치란 세력 대 세력의 쟁투 과정임이 분명하고, 종국에는 권력의 획득이 목적이다. 전자가 규범적 의미라면, 후자는 정치현실에서 권력정치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하겠다. 정치는 양자의 적절한 조화에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정치에서 전쟁의 의미가 더욱 강조된다면 국민의 삶은 피곤해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프레임은 객관적 의미에서 분석을 위한 틀로서가 아니라 정국의 핵심 쟁점을 호도하고, 정파적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한 도구로서 유용하다. 그래서 나오는 말이 프레임 전쟁이다.

지난 대선을 전후해서 프레임의 대표 주자는 단연 안보 프레임이다. 그 뒤를 잇는 것이 대선불복 프레임임은 말할 것도 없다. 안보 프레임은 종북 프레임으로 연결된다. 이 프레임의 매개변수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이다. 일견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과 종북 논란이 무관해 보이나 국정원의 댓글 개입 의혹이 출발이었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의 NLL 포기 발언 여부가 쟁점이었기에 직간접적인 연계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구조가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고, 검찰 수사를 둘러싼 여야의 인식 차이, 지난 대선의 공정성 여부를 문제 삼는 일부 종교계의 비판과 민주당 장하나 의원이 선언한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 주장 등이 얽히고 있다. 국가기관의 대선 관련 의혹의 얼개가 안보 관련 사안이며, 사이버 상에서의 유포와 게시가 의혹의 중심이고 보면, '종북'과 '대선불복' 프레임은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그런데 프레임은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종북 프레임과 대선불복 프레임은 주로 여권이 구사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민주당은 대선불복이 아니라고 하는데 새누리당은 대선불복의 틀로 야권을 몰아가려 하는 움직임이 그것이다. 물론 민주당의 애매한 태도도 이러한 프레임을 키우는 원인을 제공하긴 했지만 보다 근원적인 것은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한 여권 핵심부의 태도다.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로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오히려 수사 방해, 검찰총장 '찍어내기' 논란 등으로 축소·은폐 의혹을 키운 측면이 크다. 여권의 입장은 알려진대로 '재판 결과를 지켜보자'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진행중인 재판은 국정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 사건의 극히 일부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애써 외면하려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야권 일각과 종교계 일부, 비판적 시민단체에서 간헐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대선 불복 언급은 비판받아 마땅할 뿐만 아니라 부적절한 발언이다. 정황적 근거가 '합리적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해도 국가기관의 대선 개입 의혹도 아직은 의혹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의 관련성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에서의 대선 불복과 박 대통령 사퇴 주장은 국민정서상으로나 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 대해 논리적으로 비판하면 된다. 국민에게 판단을 맡기는 것 또한 민주주의다. 국정원 개혁 특위 가동 자체를 여권이 연기할 일은 더욱 아니다. 여권의 과잉 반응은 적절치 않다. 이쯤에서 이른바 '프레임 전쟁'은 멈춰야 한다. '전쟁'이 '정쟁'으로 구체화되면서 여야, 모두 패자이다. 여권이 프레임을 활용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지금이 그 적기(適期)다. 상생의 길을 제껴두고, 왜 공멸의 길로 가려 하는가.

/최창렬 객원논설위원·용인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