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활권·행정 분리 주민 불편 가중
경기-서울 중재 못하고 논란 증폭
4·24 재보궐선거에서 서울 노원병 국회의원 선거구(서울시 노원구 상계동 일대)에 출마했던 안철수 후보는 3월 15일 선거운동을 위해 상계동 끝자락에 있는 수락리버시티 아파트단지를 찾았다.
얼굴을 알아보고 반기는 주민들과 의욕적으로 손을 맞잡은 것도 잠시, 안 후보는 곧바로 계면쩍게 발걸음을 돌려야했다.
수락리버시티 총 4개 단지 가운데 3·4단지만 자신의 선거구인 노원구 상계동일뿐, 나머지 1·2단지는 의정부시 장암동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관련기사 3면
한 아파트가 서울시 노원구와 의정부시로 쪼개졌기 때문에 생긴 해프닝이었지만, 이곳 주민들은 지난 2009년 입주후 4년여간 치킨 한마리 시키는 일조차 버거울 정도로 '서울시 안의 의정부'에서 적지않은 불편을 감내해 왔다.

1·2단지 주민들은 배달음식을 시킬 때도 '이방인' 신세다. 치킨을 시키기 위해 서울시 관내로 전화하면 "의정부시로는 못간다"는 답변이 돌아오기 일쑤고, 의정부쪽에서는 거리가 멀다며 배달을 꺼린다.
이에 주민 1천200여명이 지난 10월 '노원구로 편입해 달라'며 서명운동을 벌이기까지 했지만, 이곳의 경계구역 조정은 단지 조성 계획이 수립된 지난 2003년 이후 10년이 지나도록 요원한 상태다.
두 지자체간의 이견도 문제지만, 이들 지자체가 속한 광역단체가 각각 경기도와 서울시로 서로 다르다는 점도 해결책 마련을 어렵게 하고 있다.
기초단체간 갈등이 생기면 중재에 나서던 광역단체들이, 다른 시·도내 지자체와 관내 시·군이 마찰을 빚을 때는 '팔이 안으로 굽는' 모습을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 싸움이 집안 간 싸움으로 옮겨붙는 셈이다.

평택시와 천안시간 입장차가 뚜렷한 천안시 성환읍 와룡리의 경계구역 조정 문제도 경기도와 충청남도의 '대리전'으로 번지고 있다.
평택시와 천안시 사이에 놓여있는 와룡리가 크게는 경기도와 충청남도의 경계구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와룡리 주민들은 집주소는 천안이지만 대부분의 생활은 인근 평택시 노와리에서 하고 있다.
8㎞ 가량 떨어진 성환읍 중심가보다는 3㎞ 거리의 노와리에서 활동하는게 훨씬 더 편하기 때문이다.
평택시는 와룡리를 평택에 편입시켜 주민들의 각종 행정 편의를 높여야한다고 주장하지만, 천안시는 요지부동이다.
향후 평택시와 경기도가 비슷한 이유로 성환읍 전체는 물론, 아산시에까지 경계조정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서다.
단순히 마을 하나를 평택시에 떼어주는게 아닌, 충남 일부를 경기도에 통째로 넘겨주는 빌미가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기초단체간 갈등에, '제식구 감싸기'에 나선 광역단체간 힘겨루기까지 더해지면서 누더기 경계 문제 해결은 점점 멀어지고 있다.
/윤재준·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