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한국개발연구원)가 이달 초 내놓기로 했던 인천항 신항 증심(14m→16m) 타당성 재조사 용역 결과를, 내년 상반기로 연기해 발표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본격 추진하려던 인천신항 증심 공사가 미뤄지게 됐고, 2015년 개장 예정인 인천 신항의 경쟁력 확보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10일 KDI 관계자는 "이달초 예정했던 인천신항 증심에 대한 용역 결과를 내년에 발표키로 내부적으로 확정했다"며 "정확한 발표 시점은 지금으로선 알 수 없고, 연구에 미진한 부분이 있어 용역 기한을 연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인천항 신항 증심 사업은 향후 인천항 경쟁력을 담보할 수 있는 인천시의 대표적인 현안 사업이다.

인천시와 항만업계는 현재 14m로 돼 있는 인천신항 항로 수심을 16m로 해야, 8천TEU급 이상의 대형 컨테이너 선박들이 드나들 수 있고, 유럽이나 미주 원양항로를 개척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돼 인천항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이미 올해 4월 이 사업이 경제성 있다는 타당성 용역 결과를 발표했고, 기획재정부는 이를 다시 확인하기 위해 KDI에 재조사 용역을 맡겼다.

KDI의 용역 결과가 예정대로 이달초에는 나왔어야 내년 정부 예산에 신항 증심과 관련한 사업비를 반영시킬 수 있는데, KDI가 갑자기 용역 결과 발표 시점을 연기한 것이다.

이를 두고 인천 항만업계는 KDI가 대형 SOC(사회간접자본)사업을 지양하겠다고 발표한 정부의 정책 기조에 맞춰, 일부러 신항 증심과 관련한 용역 결과 발표 시점을 미루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품고 있다. 신항 증심은 약 2천300억원이 들어가는 대형 SOC 사업이다.

인천 항만업계 관계자는 "우리 내부적으로는 KDI의 용역 결과 BC가 1이 넘어 경제성이 있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KDI가 정부의 눈치를 보며 신항 증심과 관련한 용역 결과를 일부러 발표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KDI 관계자는 "원칙론에 따라 용역 기간이 연장된 것"이라며 "인천 항만 업계에서 주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김명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