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수 인하대 한국학연구원
"영화와 같은 매체 접할때
단순히 보고 듣는것 너머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야"


영화는 그 자체로 '환상'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들이 가능하기 때문에 우리는 영화에 열광한다. 하지만 영화의 환상 그 이면에 있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박성수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연구원은 10일 열린 인천시민 인문학강좌에서 "우리는 영화의 환상성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대리적인 만족감 이외의 다른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환상이 덮고 있는 것, 그래서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내는 일이 바로 그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2009년 개봉한 독립영화 '낮술'을 소개하면서 '환상 너머의 몇가지 일들'이란 주제로 강연했다.

영화 '낮술'은 상업자본에 의지하지 않고 창작가의 의도에 따라 제작된 독립영화다.

다만, 제작 환경이 좋지 않아 최상의 화질과 오디오 특수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흥행과는 거리가 먼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낮술'은 누적관객수 2만5천명을 넘어서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낮술'은 남자 주인공 혁진이 뜻하지 않게 강원도를 여행하면서 겪게 되는 여러 상황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영화다. 주인공은 영화 속에서 현실과 환상을 넘나들며 삶을 경험한다.
▲ 10일 인천시립박물관에서 열린 인천시민 인문학강좌에서 박성수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연구원이 '영화 낮술을 통해 본 환상너머 몇가지 일들'이란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제공
그 경계에는 '술'과 '이성에 대한 욕망'이 있다. 아주 사소한(?) 환상을 '술'을 매개로 풀어주면서 동시에 환상 너머에서 벌어지는 아찔한 사건들을 유쾌하게 제시하고 있다.

박 연구원은 "환상에 대한 욕망은 크든 작든 일상에서 누구나 경험하게 되지만 이뤄질 수 없기에 환상이라 부르는 안타까움이 있다"며 "영화 '낮술'은 이 안타까움을 달래주는 힘이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의 환상성이 중요시되는 이유는 인간이 '환상에 대한 욕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현실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환상을 영화를 통해서나마 경험하고 싶어한다.

이때 환상의 실현은 리얼리티를 바탕으로 그럴듯하게 실현돼야 한다.

박 연구원은 그러나 "환상을 통한 대리만족은 영화가 끝난 뒤 현실로 돌아오고 나서 사전적 의미의 '환상(현실 가능성없는 헛된 공상)'으로 변질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환상을 덮고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는 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바꿔 말하면 환상은 단순히 보고 이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읽고 의미를 해석하는 일을 뜻한다"며 "보거나 듣고 직접적으로 알 수 있는 것 이외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의식적인 사고(思考)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환상에 빠진다는 것은 시각적인 것만 좇고 생각하려 하지 않음을 뜻하는데, 인간은 '생각'을 통해 읽고 해석하는 작용을 할 때 비로소 인간다울 수 있다는 얘기다.

박 연구원은 "강조하고 싶은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을 보자'는 것이다"라며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노력이 바로 사고작용이라고 할 수 있고, 이는 영화와 같은 시각적 매체를 접할 때 무엇보다 필요하다.

생각없이 시각적인 것만 좇다가는 정말로 환상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2013년 하반기 인천시민 인문학강좌 마지막 강좌는 17일 오후 2시 인천시립박물관에서 박준형 인하대 한국학연구소 HK연구교수가 영화 '미션'으로 보는 '식민지지배 책임문제'를 강의한다.

/김민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