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 주채권은행인 우리은행이 군인공제회 설득을 사실상 포기하자 채권단에 반발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비협약채권자인 군인공제회가 쌍용건설 공사대금 계좌를 가압류하면서 요구한 1천235억원의 원리금 상환은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12일 "군인공제회에 대한 설득을 포기한다"며 "(군인공제회와) 협상은 그만 한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채권단 지원 규모를 줄여보기 위해 군인공제회와 벌인 물밑 협상이 모두 불발됐다"며 "채권단 주도로 쌍용건설을 살리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날 열린 채권단 운영협의회에서 우리은행은 이런 입장을 밝혔고, 상장 유지의 실익이 적은 쌍용건설에 대해 5천억원의 출자전환은 백지화해 상장폐지하는 대신 3천억원의 추가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다른 채권은행들은 그러나 신규 자금이 군인공제회의 원리금 회수에 쓰이는 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리은행의 군인공제회 설득 포기로 채권단의 신규 지원 자금 3천억원 가운데 일부는 쌍용건설이 군인공제회에 지급보증한 원금 850억원과 이자를 합친 1천235억원 상환에 먼저 쓰이게 된다.

군인공제회는 채권단의 합의로 원리금 상환이 이뤄지면 쌍용건설에 대한 가압류는 해제할 것으로 알려졌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다만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나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겠다"고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사실상 채권단의 '백기 투항'으로 쌍용건설의 회생 가능성은 커졌지만, 채권단의 부정적인 기류는 여전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일부 채권은행은 채권단의 신규 자금 지원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이다.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비협약채권자라는 이유로 먼저 돈을 회수하는 선례를 남김으로써 향후 다른 기업의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이 상장폐지를 조건으로 출자전환은 하지 않고 신규 자금지원만 하자는 동의서를 보내왔지만, 선뜻 동의하기 어려운 내용"이라고 말했다.

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도 "구조조정 기업의 운전자금으로 쓰여야 할 돈이 비협약채권자 호주머니를 채우는 데 쓰이는 건 말이 안 된다"며 "구조조정 때마다 금융당국이 은행은 '봉'으로, 은행 돈은 '눈먼 돈'으로 여기는 것 같다"고 비난했다.

우리은행은 채권은행들에 되도록 이른 시일 내 신규 자금지원에 대한 동의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이미 2천470억원의 출자전환과 3천200억원 자금지원으로 출혈이 큰 채권은행들이 부담을 느껴 실제 지원이 이뤄지기까지는 적지 않은 진통이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