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의왕 '왕송저수지 갈등'
경기도 중재로 힘겹게 문제 해결
현재 파악된 전국 54개 분쟁지역
이해당사자간 협의 사실상 불가
복잡한 절차로 조정 꿈도 못꿔


의왕시 초평동 왕송저수지는 의왕시와 수원시가 행정구역 경계를 놓고 마찰을 빚었던 곳이지만, 지난 2월 극적으로 제 주인을 찾았다. ┃관련기사 3면

이 저수지는 전체 면적 165만㎡ 중 대부분이 의왕시 행정구역, 나머지 10% 남짓한 15만8천600㎡만 수원시 행정구역이었다.

수원시가 10여년 전 적극적으로 소유권을 주장하기 시작하면서 분쟁이 수면 위로 떠올랐고, 두 지자체가 줄다리기를 하는 동안 저수지는 어느 곳에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애물단지가 돼 버렸다.

면적의 대부분을 관할하는 의왕시는 수질관리와 정화·정비 등 저수지 전체의 체계적 관리가 어려웠고, 그렇다고 수원시가 자신의 관할구역을 제대로 챙긴 것도 아니었다.

결국 경계지역 일대는 왕송저수지 전체 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되며 방치돼 왔다.

보다 못한 경기도가 중재를 자처했다. 협상 테이블에 두 지자체를 불러 앉힌 도는 두 시의 경계선 격인 인근 의왕~고색간 고속화도로변에 의왕시 땅이 수원시쪽으로 넘어와 있는 사실을 발견, '물물교환'을 제의했다.

면적은 의왕 소유의 임야(19만4천193㎡)가 조금 더 넓지만, 경계구분의 합리성과 행정관리의 효율성 측면에서 맞교환이 가장 타당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1년여간의 협의 끝에 두 지자체는 지난 2월 1일 행정구역 조정에 최종 합의했고, 도는 이를 안전행정부에 건의해 두 지자체는 결국 윈-윈에 성공했다.

'주인없는 땅'으로 방치돼 왔던 신천 중류구간도 경인일보 보도(12월 4일자 1·3면) 후 경기도의 중재로 안전행정부 협의와 국무회의를 거쳐 시흥시로의 편입(경인일보 12월 6일자 1면 보도)이 결정됐다.

초등학생 시절 짝꿍과 책상 위에 선을 그어놓고는 서로 넘어오지 못하게 다투는 것처럼, 지자체간에 한 번 그어진 경계는 이를 지우고 다시 긋기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지방자치법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있는 행정구역 경계조정의 복잡한 절차 때문이다.

지방자치법에서는 행정구역 경계를 조정해야 할 곳이 나오면, 해당 지자체간 협의를 거쳐 경계조정 계획을 세우고, 기초의회와 광역의회의 의결을 거쳐 행정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해당 지자체간 이해관계를 당사자들 손에 맡겨 두고, 이를 해결한 뒤에야 경계조정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다.

경기도와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비현실적 법령'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이로 인해 전국 54개 경계분쟁 지역 가운데 왕송저수지처럼 문제가 해결된 지역은 손으로 꼽을 정도다. 나머지 지역은 모두 첫 단계인 지자체간 협의 절차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특히 용인시 센트레빌 아파트(경인일보 11월 27일자 1·3면 보도) 일대는 경기도의 중재를 통해 광교신도시내 수원시 땅 일부(용인시쪽으로 경계를 치고 들어온)와 맞교환하는 방식이 추진돼 성사를 눈앞에 뒀지만, 막바지에 수원시의 일방적 취소 선언으로 물거품이 됐다.

당시 수원시는 '주민 반발'과 '용인시의 언론플레이' 등을 이유로 삼았다.

현재 경기도가 행정구역 조정이 필요하다고 파악하고 있는 지역은 모두 12곳. 그러나 경인일보 기획보도가 계속되면서 새로운 분쟁지역도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

부천시 굴포천과 천변 역시 인천시 부평구와 계양구의 경계를 넘나들면서 하천 정비는 물론 수질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태다.

경기도 관계자는 "지방자치법상 시군간 경계조정을 도에서 중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현행 법대로 처리한다면 모든 자치단체에서 경계조정 대상지에 상응하는 땅과의 맞교환 또는 인센티브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라 자치단체 차원에선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법 개정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김대현·김민욱·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