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버스노선 등 13개분야 협의
강제적인 경계 조정보다는
협상테이블 만드는게 우선
지난 2011년 11월 충청남도 내포신도시개발본부 사무실. 신도시를 경계로 둔 홍성군과 예산군의 관계자가 마주앉았다.
불과 1년 뒤면 도청사가 이전하고 주민들이 하나둘 들어와 제 모습을 갖추게 될 신도시가 홍성군과 예산군 사이에 애꿎게 끼어 '누더기' 경계구역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성사된 만남이었다. 위치도 참조
쓰레기 종량제 봉투 가격부터 버스·택시 운행노선, 신도시내 공원 관리, 도청·도의회 청사 주소까지 두 지자체간 서로 다른 행정체계를 맞추는 일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충청남도와 홍성·예산군 두 지자체는 300여일간 어긋난 두 행정을 하나로 맞추기 위한 진통을 거듭했고, 결국 2012년 11월 모두 13개 분야에 대한 행정관리체계 일원화에 손을 맞잡았다.
전국적으로 택지개발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가운데 행정편의와 지자체간 이해관계 등으로 행정구역이 기형적으로 나뉘어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거버맨더링'은 비단 경기도만이 안고 있는 숙제는 아니다.
그러나 자칫 두 지자체에 '끼인 도시'가 될 뻔한 충남 내포신도시는 1년여간 이어진 지자체간 협의를 통해 행정 사각지대가 아닌, 충남권 발전의 토대로 거듭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경상북도 안동시와 예천군의 경계구역에 놓일 경상북도청신도시도 내년 대구시청사 이전 등을 앞두고 각기 다른 행정체계를 일원화하기 위한 지자체간 협의체 마련을 고심중이다.
내포신도시의 밑그림을 그려낸 안동·예천군간 협의체가 경계구역 조정 문제를 안고 있는 지자체들에 또 다른 대안으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기형'을 넘어 '괴물'이 돼 버린 경계구역을 다시 주민의 품에 돌려주기 위해서는, 해당 지자체가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는 '테이블'을 만드는 일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경계조정의 첫 단추 격인 지자체간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도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지자체들 스스로 각각의 이해관계에서 한 걸음 물러나 주민의 편에 서서 적극 협의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 3.0 지원센터장은 "경계구역 조정 문제가 곳곳에서 불거지고 있지만, 지자체간 협의없이 강제로 어긋난 부분을 끼워맞추면 더 큰 지역간 분쟁으로 이어지는 등 반드시 탈이 나게 마련"이라며 "주민의 편에 서서 해당 지자체가 머리를 맞댈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일이 가장 시급한데, 지자체들도 쉽진 않겠지만 '우리 지역민을 위한 일'이라는 마음으로 협의에 적극 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현·강기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