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공기업에도 정상화 바람이 분다. 안전행정부가 '지방공기업 부채 감축과 경영 효율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발표한 데 이어 경기도도 자진해서 도내 지방공사들부터 체질을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경기도시공사를 비롯해 용인·화성·김포도시공사, 하남도시개발공사, 양평지방공사 등이 우선 대상이다. 용인도시공사는 국내 공기업 역사상 최초의 부도 사례로 기록될 뻔했으며 화성도시공사는 누적된 부채 때문에 신규 사업을 중단한 상태이다. 경영난에 직면한 곳부터 순차적으로 재무개선작업이 추진될 전망이다.

지방공기업들의 부실화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을 가중시킴은 물론 국가재정까지 위태롭게 하고 있다. 더욱 걱정은 공공기관들이 최고 수준의 신용등급(AAA)을 담보로 시중자금을 빨아들이는 블랙홀로 작용함으로써 민간투자를 압박하는 등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금융기관들이 경쟁적으로 공기업에 시중자금을 몰아주는 탓에 민간기업들이 돈맥경화까지 걱정하는 지경이다.

지난해말 기준 251개 지방직영기업과 59개 지방공사, 78개 지방공단 등 388개 지방공기업의 부채는 72조5천억원으로 2008년에 비해 53.3%나 늘었다. 지방도시개발공사의 부채가 특히 심각하다. 전국 16개 지방공사의 부채는 58조원으로 부채비율은 300%가 넘는다. 2006년 이후 개발사업 대폭 확대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2009년 보금자리주택과 혁신도시 및 산업단지 조성 등 재정사업 확대에 따른 외부자금 조달이 결정적이다. 낮은 공공요금도 한몫 거들었다. 상하수도료의 현실화율이 상수도 84%, 하수도 38%이다. 원가대비 61%에 불과한 이용료와 복지무임수송 손실 등에 기인한 도시철도의 경영손실은 점입가경이다. 표만 의식한 지방선량들의 무리한 공약 남발에다 알펜시아리조트 같은 개발사업의 실패, 고질적인 방만경영 등과 어우러진 결과이다.

정부는 통합부채관리로 지방자치단체에 짐을 떠넘기는 식의 경영개선 방침을 확정했으나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중앙의 입김이 여전한 터에 구태의 기업문화와 대내외적 불확실성 등 암초들이 도처에 잠재되어 있는 탓이다. 시간도 정부편이 아니다. 용두사미로 마무리된 역대 정부의 공공개혁 성적들이 웅변으로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공공요금만 인상하는 식의 지방공기업 슬림화를 경계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