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을 보듬고 사는 이들이 있다.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저 웃음으로 답하는 이들은 오히려 더 많은 사
람을 도울 수 없어 안타깝다고 했다.
56회 광복절 역시 이들에겐 어른을 공경하며 봉사하는 날이었다.
수원시 장안구 정자2동 중부장로교회. 모처럼 맞은 휴일인데도 이른 아침부
터 20여명의 신도들이 밝은 표정으로 분주히 움직였다.
올해로 4번째. 이들은 광복절마다 이웃 노인들을 모시고 작은 잔치를 벌이
고 있다. 이름하여 '광복절 노인 300인 초청잔치".
300분의 노인들께 만수무강하시라며 푹 삶은 삼계탕을 올리고, 현직 양호교
사들로 구성된 경기도적십자사 보건강사회의 도움으로 무료 건강검진도 해
드린다.
초청된 노인들은 그저 고마울 따름이다. 자식들을 모두 서울로 보내고 혼
자 살고 있다는 김모(68·여)씨는 “자기 부모도 모시지 않겠다는 세상에
이런 천사들이 어디 있느냐”며 “밥 한끼 먹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분들
의 예쁜 마음씨를 보고 있으면 행복한 기분이 넘쳐흐른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곳 신도들은 광복절에만 바쁜 것이 아니다. 매주 토요일 40여명의 노인에
게 점심을 대접하고 격주로 이웃의 독거노인에게 김치 등 밑반찬을 전하는
일도 신도들의 몫이다.
중부교회 여신도회 회장을 맡고 있는 이태희(44)집사는 봉사활동에 열정을
내는 이유를 “건강하기 때문”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집사는 “신도에게
봉사는 사명”이라며 “아프지 않고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봉사활동을 하
고 싶다”고 말했다.
여신도회는 최근 교회 옆 22평 규모의 반지하 빌라를 구했다. 이곳에 '나눔
의 집"을 만들 계획이다. 미혼모와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등 도움이 필요
한 모든 사람들이 모여 서로 부족한 사랑을 나누는 공간을 만들고 싶은 것
이다.
여신도회에서 봉사활동을 총괄하고 있는 이숙희(43)집사는 “봉사활동을 시
작하기 전까지는 사랑이 필요한 이웃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좋
은 일을 하다보면 좋은 사람도 만나게 된다”며 떡집과 분식집 등 이웃 가
게의 이름이 빽빽히 적힌 후원회 명단을 꺼내보였다.
광복절에 만난 중부교회 신도들의 얼굴엔 삶의 고난은 엿보이지 않았다. 그
저 더 많은 이웃에게 사랑을 전하고픈 따스함만이 배어 있을 뿐이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