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험사 퇴직후 '마냥 좋아서' 시작한 카페
성실·여유로운 마음으로 더치·드립 내려
최고급 생두 로스팅 공장 직영 단골 많아
포화상태 커피전문점, 길은 있다
원두시장 여전히 커… 호황기 이제부터
브랜드 고집말고 나만의 커피맛 갖춰야
한 집 건너 한 집이 커피전문점일 정도로 요즘 한국 커피산업은 호황을 맞고 있다.
'1인당 연간 소비량 490잔, 세계 7위 원두 수입국(2012년 기준)'으로 가히 '커피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국내 커피시장의 성장속도는 매우 빠르다.
지난 2007년 1조5천580억원이던 시장규모는 지난해 4조1천300억원(추정)으로 5년 만에 2.5배 커졌다.
2000년대 초 커피산업의 변방에서 이제는 당당히 세계 주력 소비시장으로 떠오른 것이다.
커피소비 급증으로 국내 커피전문점 등 관련 산업도 호황을 누리고 있지만 커피 애호가들의 수도 늘어나면서 자신의 입맛에 맞는 커피를 찾는 수요가 늘고 있다.
여기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잘 살려낸 '블랙커피'를 내세워 예전 소수의 커피마니아층 사이에서 회자되던 로스터리 카페를 대중화시킨 커피 장인이 있다.
양질의 원두로 맛을 낸 블랙커피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끊임없이 커피를 연구하는 연두커피인터내셔널(주) 여선구 대표다.

서울시 은평구 갈현동에 가면 '드립앤더치'라는 커피전문점이 있다.
그 안에 들어서면 유럽의 한 카페골목처럼 꾸민 인테리어에 눈길이 간다.
가로등과 담벼락, 레코드 가게 등등 길거리 모습을 그대로 옮겨놨다.
높은 천장 한가운데를 덮은 반투명한 조명에는 새들이 나무 위로 날아가는 모습을 그려 넣어 생동감을 살렸다.
사실 이곳은 인테리어보다 원두커피의 참맛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하다.
'Real Black Taste'라는 콘셉트로 출발한 커피전문점으로 드립커피와 더치커피를 시중가보다 30% 정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이 곳의 메인 메뉴는 드립커피와 더치커피다. 최고급 생두로 로스팅한 커피 고유의 맛을 즐기려는 단골 고객이 많다.
물론 아메리카노도 일반적인 시중 유명 브랜드보다도 훨씬 품질이 높다.
그 이유는 좋은 원두를 들여와 드립커피를 추출하기 위한 용도로 로스팅을 하는 공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커피를 마셔본 사람은 그 차이를 확연하게 느낄 수 있다.
매장에서 처음 만난 여 대표는 마치 은은한 커피의 향처럼 첫인상이 부드럽고 편안해 보였다.
여 대표가 처음 커피와 인연을 맺은 것은 지난 2002년 안산의 한 카페를 오픈하면서부터다.
보험회사를 다니던 그는 건강상 문제로 직장을 퇴직하고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다 커피를 떠올렸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는 커피가 아무 이유 없이 좋아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10년간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 사업가로서 무엇이 가장 좋은지 묻는 질문에 여 대표는 "커피를 볶고 내리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감성에 젖는 경우가 많다"며 "커피의 향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다는 걸 느낄 땐 행복하다"고 답했다.
그는 커피 장인으로 통한다. 바리스타 1세대로도 불린다. 그가 숱한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것은 커피 내리는 기술만이 아니다.
매장을 찾는 한사람, 한사람 소비자들이 원하는 커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여 대표는 "커피 맛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다"며 "당신이 좋아하는 커피를 만들어 드리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국내에서 가장 큰 커피전문기업을 세우는 것이다. 말 그대로 커피의 맛으로 소비자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그런 기업 말이다.
여 대표는 "내가 싱싱하고 좋은 생두를 구하고 정성을 다해 볶은 원두로 추출해 한 잔의 맛있는 커피를 만드는 이유는 내가 좋아하기 때문이고, 이와 함께 내가 만든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이 내가 느끼는 행복감을 소통하길 바라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 사이 커피전문점들이 빠르게 늘어났다.
원두커피 시장이 커지면서 창업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업종이 되었기 때문이다. 커피전문점은 시장포화라는 우려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커피전문점은 매출이나 수익창출을 위한 전략 없이 뛰어들었다가는 실패할 수 있는 업종이기도 하다.
여 대표는 "커피전문점은 포화상태라고 하지만 원두커피 시장은 여전히 큰 시장"이라며 "단계적으로 조정을 거치면 원두시장의 호황기가 도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브랜드 커피시장은 워낙 많기 때문에 차별성을 갖지 못하고 있지만 원두커피를 이용한 커피전문점은 맛과 기술력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이 이제부터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여 대표가 커피전문점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한 이야기를 몇 가지 들려줬다.
그는 가장 먼저 사업주의 성실과 노력을 꼽았다.
그는 "커피의 맛은 업주 자신의 손길을 얼마나 거쳤는지에 따라 달라진다"며 "전문적인 지식을 바탕으로 부단한 연습을 통해 직접 만들어냄으로써 커피맛에 대해 주위 사람들로부터 냉정한 평가를 이겨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으로 감성적이고 감정의 기복이 크지 않아야 한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는 "드립커피는 기다림과 여유 그 자체다"며 "차가운 물을 한방울 한방울 떨어뜨리는 더치커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여유가 필요하고 장사에만 매달리는 사람은 절대 할 수 없는 작업이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여 대표는 커피전문점 시장의 트렌드 변화를 분석하고 자신이 가진 창업자금에 맞는 상권을 검색한 뒤, 시중에 있는 커피전문점 브랜드와의 경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는 콘셉트를 찾아 발품을 팔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끝으로 여 대표는 커피전문점 창업에 대해 브랜드 의존도를 낮추는 것이 중요하고 무엇보다 '커피맛'을 강조하라고 덧붙였다.
그는 "브랜드를 앞세운 가게를 차려 편하게 일하려 하는 사람에게 원두커피는 맞지 않는 아이템"이라며 "커피 한 잔에 담긴 진짜 매력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감성을 가진 사람들이 커피전문점 운영을 통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글/이성철기자